최태원 회장, 변화 끊임없이 강조최창원 의장, 조직 쇄신 지속"새로운 리더십으로 변화 꾀해"
올 한해의 방향성을 알 수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다. 해현경장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은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경영 환경 역시 인공지능(AI) 등장 등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굴지의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시대 변화의 흐름과 파고를 넘지 못하면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
최근 SK그룹 내부적으로도 '변화와 개혁'이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이기도 한 최창원 SK디스커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룹 내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에 오른 이후 조직 쇄신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 임원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월 1회 평일에 하던 '전략 글로벌위원회' 회의를 격주 토요일 개최하기로 했다.
이는 SK그룹이 지난 2000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없어졌던 '토요 사장단 회의'가 약 24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수펙스 임원들은 월 2회 금요일 휴무 사용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도 사실상 없어진 것이다. 다만 이같은 변화들은 임원 이상에게만 해당되는 내용들이다. 우수 인재를 끌어와야 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용 가능성이 작지만 그룹 내 여타 계열사들까지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의 이같은 변화들은 최 의장이 투입된 이후 감지되고 있다. 앞서는 SK㈜와 수펙스 등 조직 인력을 재편하기도 했다.
SK는 최근 사업 구조도 재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 매각에 나섰고 CJ ENM과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초에는 SK매직이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전기오븐 등 3개 부문의 영업권 매각 협상을 추진했다.
연이은 M&A로 외연 확장에 성공한 만큼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SK온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주요 계열사들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그간 대규모 M&A와 함께 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M&A 중심에는 SK가 있었고 회사는 성장했다. SK그룹의 대표적인 대규모 M&A이자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이 SK하이닉스다. SK그룹은 도시바 메모리 등을 인수를 기반으로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SK그룹은 M&A와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지속하는 와중에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계열사들의 이익이 꺾이면서 SK그룹의 재무 부담은 늘어났다. 한국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SK그룹의 합산 순차입금은 2021년 말 59조원에서 지난해 3월 말 87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의장을 등용한 것도 이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의장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그룹 내 2인자로 여겨지는 수펙스 의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오랜 기간 최 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수펙스를 이끌어온 조대식 의장·장동현 SK㈜ 부회장·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 4인방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나고 최 회장의 사촌이었던 최 의장이 2인자로 등판했다는 점에서다.
그룹 내부적으로 최 의장에 대한 평가는 탁월한 리더십과 혜안을 갖춘 리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오너일가를 떠나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성적도 손색없다는 평이 많다. 그에 대한 또 하나의 평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SK그룹의 최초로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한 바 있고 이후 현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는 SK디스커버리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부문의 재편을 꾀했다. 시장에서 SK그룹 조직의 쇄신과 변화를 기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최 의장 등용 기반에는 최 회장의 신뢰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만의 독특한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이기도 하다. 창업주였던 고 최종건 회장의 뒤를 이어 동생인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이끌었고 이후에 그의 아들인 최 회장이 맡고 있다. SK그룹을 창업주의 장남이나 차남 대신 조카인 최 회장이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별다른 불화 없이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SK 관계자는 "경영진과 임원진들이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 속 긴장감을 갖기 위해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 등 솔선수범 나선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은 변화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고 최창원 부회장을 의장으로 하게 된데도 계열사들의 성장과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변화를 꾀하고자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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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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