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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엎친 데 덮친 격···석유화학업계 홍해發 물류대란 '속앓이'

산업 에너지·화학

엎친 데 덮친 격···석유화학업계 홍해發 물류대란 '속앓이'

등록 2024.01.26 14:51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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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임·국제유가 들썩···'물류비 상승→수익성 악화' 악순환2년 전 물류대란 장기화 재연될라···"제품 수출 애로사항 커"유럽향 수출 감소로 아시아 내 공급과임 심화···업황 회복 '둔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가 최근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전면 봉쇄됐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가 최근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전면 봉쇄됐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업계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홍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잇따르면서 해상 운송비와 국제유가가 들썩이자 다시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후티 반군이 홍해지역에서 영국 선박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지정학적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긴장이 나날이 고조되는 사이 전 세계 물류 동맥인 홍해가 막히며 전 세계 물류 대란 여파도 커지고 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 항로로, 전세계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 수에즈 운하가 위치한 핵심 항로다.

운항 거리가 늘어나고 선박이 부족해지자 해운 운임도 치솟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과 미국 서해안을 오가는 화물노선 운임을 나타내는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9일까지 8주 연속 올라 2239.61을 기록했다.

SCFI 지수가 2000선을 넘은 것은 2022년 9월 23일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 15일(1093.52)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올랐다.

물류대란 장기화 시 피해 불가피···생산 단가 관리 '비상'
이번 홍해 물류 차질로 석유화학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해 물류 차질로 인한 물류비 상승은 생산 단가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윤수한 코트라(KOTRA) 카이로무역관 조사관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원자재와 상품을 조달하던 국가는 자국 제조업 생산 단가 상승을 우려해야 한다"며 "제조업 생산 단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운임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얻는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을 깎아내린 핵심 비용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앞서 2022년 1분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글로벌 물류대란 당시 SCFI가 4500까지 폭등하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물류비는 2배 넘게 늘어난 바 있다.

'유럽 수출 감소···아시아 내 공급과잉' 악순화

특히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중국 수출량이 줄어들자 미국과 유럽, 일본향 수출을 늘리며 대응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물류난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향 제품의 경우 물류비가 올라가거나 선적기간이 길어지면서 제품을 수출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며 "최근 수에즈 운하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해상운임도 올라가고 있어 향후 비용 증가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향 수출이 감소하면서 아시아 내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축소하고, 중국의 증설 효과로 가격이 낮아진 아시아로부터 화학제품 수입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화학산업 전문 조사기관인 ICIS은 최근 운임 상승으로 아시아의 유럽향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럽 수출 확대는 아시아 역내 증설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수출 감소로 그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향 수출 감소는 결국 아시아 내 화학제품 공급과잉을 심화시켜 업황 회복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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