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축구·티타임 '소탈'···韓 바비큐에 소맥까지"1등 위해 싸우지 않겠다"···통합된 '브랜드 경험' 강조 "전기차 시장은 반드시 성장"···직접 판매 도입 계획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8년 만에 BMW에 수입차 시장 왕좌를 내줬다. 속이 쓰릴 법도 한데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의 얼굴 표정은 여유가 흘러넘쳤다. 판매량에 연연해 하지 않고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앞세워 고객들을 신나게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지난 10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에 부임한 바이틀 사장은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6개월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20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바이틀 사장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한국 시장의 매력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취재진에게 늘어놨다.
그는 "한국은 혁신의 나라이고, 속도가 굉장히 빠른 나라"라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영광스럽게도 (눈높이가 높은)한국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틀 사장은 한국 시장을 "새로운 기술에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어 바이틀 사장은 "한국법인의 CEO는 본사에서 따로 선별하기 때문에 출세의 자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쉽지 않지만 매일 신나는 일이 생기고 사업 환경도 매력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문화 즐기는 독일인 CEO···직접 본 롤 결승전 '인상적'
몸에 딱 맞는 수트와 푸른색의 넥타이를 맨 바이틀 사장은 누가 봐도 'CEO'다운 풍채를 갖고 있었지만, 꽤나 소탈한 성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무실에서 수시로 직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효성‧KCC 등 딜러사 직원들과도 축구를 즐기고 있다는 후문.
바이틀 사장은 한국의 문화와 사회, 사람에 대해 배우는 게 즐겁다는 얘기를 수차례 꺼냈다. 그는 "한국에 와서 리그오브레전드(LoL) 결승전을 직접 관람했는데, 난생 처음 그런 기분을 느껴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며 "최근엔 우리 직원들과 부모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데 많이 배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좋아하는 한식도 '한국식 바비큐'다. 모두가 함께 둘러앉아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에 굉장히 매료됐다고.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소맥(폭탄주)도 '폭탄'이라는 말에 무서웠지만 나쁘지 않았다는 게 바이틀 사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는 바이틀 사장은 1등이 되기 위해 싸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바이틀 사장은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과 더 훌륭한 제품을 제공해 만족시키고, 더 신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지난해엔 E클래스 이전 세대의 마지막 해여서 12월엔 재고가 거의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MW에 밀린 배경으로는 '홍해 사태에 따른 물류난'을 꼽았다. 유럽에서 온 차가 아시아로 바로 올 수 없고, 남아공 등 아프리카 남단까지 돌아서 오게 돼 운송 기간이 4주 가량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바이틀 사장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차량을 운반할 수 있는 선박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에선 E클래스 구매 고객 수천여 명이 지금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잠깐 주춤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고객 접점 완전한 통합 추구···럭셔리 이미지 강화 집중
특히 바이틀 사장은 국내 고객들과 만나는 모든 접점을 완전히 통합해 고객 경험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딜러 전시장,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웹사이트 등 온라인, 앱, 콜센터 등 다양한 접점을 완전히 통합하고 어디서든 고객들이 원활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바이틀 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일하려면 정말 고객을 신나게 만들 수 있는 DNA가 있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메르세데스-벤츠를 사랑하는 기반은 훌륭한 제품에 있겠지만, 앱을 통해 미리 냉난방을 제공하는 등 고객들이 깜짝 놀랄 수 있는 '와우 모먼트'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같은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해 직접 판매(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도 도입할 방침이다. 바이틀 사장은 "고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딜러는 재고 부담을 없애고 서류작업 등 행정적인 일도 할 필요가 없게 돼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고객은 다양한 전시장을 오갈 필요 없이 차량을 한 번에 원스톱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고의 딜러는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와 최고의 고객 경험을 구현하는 사람"이라며 "향후 도입할 RoF는 이를 실현하고 기존 경험도 강화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바이틀 사장은 S클래스, 마이바흐 등 최상위 모델 판매에 집중하겠다면서도 EQA 등 엔트리 모델 고객에게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한국 판매량은 전 세계 2위, S클래스는 3위"라며 "한국 고객들이 기대하는 최고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엔트리 모델에도 신경써서 최상위 모델에서 구현하는 품질과 서비스 등을 엔트리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부터 수요회복 전망···한국과 끈끈한 관계도 강조
지난해 역성장한 수입차 시장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틀 사장은 "워낙 고금리 상황이라 럭셔리 브랜드가 많고 현지 브랜드 대비 가격대가 높은 수입차 시장은 당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반기부터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고 주택 시장이 살아나면 수입차 시장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수요가 떨어진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EQA, EQB 등 전기차 부분변경 모델과 마이바흐 EQS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G바겐 전기차도 올해 말에 선보이는 만큼 전기차 매출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BMW코리아 대비 충전 인프라 투자가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브랜드 전용 충전소가 아니더라도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맞받아쳤다. 자체적으로는 고출력 충전망을 확보해 고객들의 편리한 빠른 충전을 돕고, 차지비(ChargEV) 등 전기차 충전 파트너사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게 바이틀 사장의 설명이다. 차지비와 공동으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향후 하이퍼차징(HPC)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바이틀 사장은 "제휴 충전소라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외부 충전기인지 메르세데스-벤츠 전용인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며 "타사 충전소와도 심리스(Seamless)하게 연결해 우리 고객이 완벽하게 통합된 여정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BMW와의 합작 충전소 구축은 한국에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바이틀 사장은 "본사 회장도 한국이 없다면 메르세데스-벤츠도 없다고 얘기했는데, 친구들 집에만 가도 LG TV가 없는 집이 없다"며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 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고, 배터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한국 기업과 긴밀한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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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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