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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4조원 조달해 '100만대 생산'···시장 1위 보인다

산업 자동차 인도로 가는 현대차①

4조원 조달해 '100만대 생산'···시장 1위 보인다

등록 2024.06.18 06:00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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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법인 상장 예비 서류 제출···'4조원' 인도 증시 최대 IPO 기대마루티스즈키에 이어 현지 판매 2위···100만대 생산 목표 '눈앞''전기차 격전지' 인도···대규모 투자로 현지 전기차 시장 선도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를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를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가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가 고속 성장하는 '기회의 땅'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린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 시장 공략을 가속하면서 이 시장 '1위' 도약은 물론 글로벌 '톱3' 굳히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4조원을 조달해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전기차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세계 3위' 인도 IPO 신청···4조원 조달 가능성


현대차는 인도 현지법인인 현대차인도가 인도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DRHP)를 제출했다고 17일 공시했다.

현대차는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또는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설명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PO를 위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주식 8억1200만주 중 최대 17.5%(1억4200만주)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를 통해 최대 30억 달러(약 4조1670억원)를 조달해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조원 조달해 '100만대 생산'···시장 1위 보인다 기사의 사진

'기회의 땅' 인도 시장이 갖는 의미


국내 대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해외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이는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대국을 잡는 데 필요한 투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만큼 현대차에 인도 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짐작케 한다.

최근 인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3위에 올라선 인도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인도자동차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485만대로 2022년 대비 28.3%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량도 87만 6000여대로 전년 대비 100% 성장했다.

당장 오는 2027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 축소가 예상되지만, 인도 시장의 경우 향후 5년 동안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4억명에 달하는 인구수 대비 자동차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14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성장성에 있다"며 "인도 정부의 정책, 경제 발전 속도, 주요 업체들의 전략 등을 고려했을 때 인도 승용차 시장이 2030년 전후로 5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속 성장하는 인도 시장은 중국과 러시아 시장의 부진을 대신할 전략적 요충지로서 현대차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021년 누적 생산량 1000만대를 돌파한 글로벌 생산기지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한 이후 1998년 첸나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일본 스즈키의 인도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생산량은 2021년부터 매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인도 판매량이 처음 60만대를 돌파했고, 기아 역시 25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올해도 4월까지 현대차·기아는 전년 동기대비 15.5% 증가한 29만5359대를 판매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4월 약 8개월 만에 인도를 재차 방문하며 현지 사업에 힘을 실었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권역 중 하나"라며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100만대 생산 체제 구축···전동화 투자 가속 페달


현대차는 인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최근 1년 사이 밝힌 투자 금액만 4조원이 넘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도 인도 현지 생산 능력 증설을 위해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공장을 인수해 연산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기아까지 합치면 인도에서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인도 법인 캐파(CAPA) 증설을 위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현대차는 인도 현지 공장 확장을 위한 1조1000억원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인도 법인 상장 이후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대차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인도에서 미래모빌리티 전진기지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인도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8만2105대로, 전년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터라 전체 현대차·기아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전기차 점유율이 아직 낮은 만큼 현대차는 생산 시설과 인프라 구축, 배터리 현지화 등 전략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도 모디 정부는 "현재 2%대 수준인 자국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 30%까지 늘리겠다"며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도에 5억 달러(약 69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에 수입차 관세 혜택이 부여된다.

인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전기차 생산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환'이라는 글로벌 전략과도 맥이 닿아있다. 현대차가 최근 1년 사이 인도 지역에 대규모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 전기차 생산 시설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10년간 2000억루피(약 3조25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올해 말 첸나이 공장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전기차 충전소도 48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 큰 영향을 주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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