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결과로 증명할 때"···2단계 DSR 가속도 전망'범위 확대'도 언급···전세대출에도 DSR 적용 가능성 ↑금투세 폐지론자···"해외투자 시대에 부정적 영향 커"
윤석열 정부는 31일 김병환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금융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하반기를 이끌 2기 경제팀을 완성시켰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과제는 상반기 급증한 가계부채다. 김 위원장은 앞서 후부자 지명 당시 가계부채과 부동산PF 구조조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약 7조9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기타대출 15조5900억원 감소분이 반영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무려 23조6200억원이 증가했다. 앞서 한국은행의 조사결과를 봐도 주담대는 상반기 약 26조5000억원 폭증해 2021년 상반기 이후 3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국회 청문회를 통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부동산 매수세를 꺾기는 쉽지 않겠지만, DSR 내실화 강화만 외치는 것이 아닌 가계부채 감소라는 결과를 증명할 때"라고 밝혔다. 취임 후 가계대출 감소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내놓겠다는 의지다. 금융권은 신임 위원장이 취임 후 2단계 DSR 규제 도입을 비롯해 은행권 대출 조이기 등에 가장 먼저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DSR 규제 '범위 확대'라는 말이 나온 만큼,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가 적용될 공산이 커졌다.
과거 STX그룹, 현대그룹, 동부그룹 등 구조조정을 주도한 경험을 살려 부동산 PF 연착륙에도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 5월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평가 기준 상향 조정 및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 정상 PF 금융공급 등 대책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이에 더해 ▲부동산 PF 정보 시스템 구축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 확대 ▲자본비율에 따른 대손충당금 등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내놨다. 그는 "3%에 불과한 시행사 자기자본 부담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PF 사업장에 대한 새 사업성 평가에 기반해 경·공매, 재구조화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로 인한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영업 구역 규제 완화,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의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금투세 폐지' 여부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금투세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청문회 당시 그는 "도입될 때는 조세 부분에 대한 '소득이 있는 것에 과세해야 한다'는 점을 중시했는데, 개인투자자가 과거 약 600만명에서 지금은 1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해외투자도 직접하는 시대에 금투세는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폐지에 대해) 깊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기재부 1차관 당시 밸류업 세제 지원책 골자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당국이 증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2월 26일 발표한 정책이다. 상장사가 PBR(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비교공시하고 기업가치 개선 계획 등을 공표를 권고하는 게 골자다. 개선 우수기업을 모아 상장지수펀드(ETF)도 도입한다. 즉 상장 기업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과 조치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증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밸류업 컨설팅을 신청한 기업이 36곳은 당초 목표인 100곳의 절반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에 그는 "기업 밸류업을 금융위 업무라고 생각하고 추진하는 동시에 기재부와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며 "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신임 금융위원장은 1971년생으로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버밍엄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행정고시(37회)에 합격한 김 후보자는 사무관 시절 대부분을 국내 금융 분야(금융정책실·금융정책국)에 몸담았다. 이후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의사총괄과장,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혁신성장추진기획단장, 경제정책국장 등 거시경제와 정책기획 분야 요직을 거쳤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