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육성하는 싱가포르, 빅파마 시설투자 늘어동남아 의약품 시장 규모 200억 달러···제약사 진출
파머징은 '제약'(Phamacy)과 '떠오른다'(Emerging)의 합성어다. 선진국 제약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인건비 등이 저렴해 글로벌 제약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신흥 제약시장'을 뜻한다. 대표적인 파머징 마켓에는 중동과 중남미, 동남아 등이 있다.
25일 피어스파마 등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싱가포르에 제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싱가포르에 약 4만제곱미터(㎡) 규모의 원료의약품(API) 제조 시설을 증설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부터 확장 공사를 시작했으며, 총 10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303억원)를 투입했다.
이 공장에서는 항암제, 진통제, 항생제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가 생산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가 싱가포르에 20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5463억원) 규모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도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억5600만 달러(약 3547억원) 규모로 싱가포르 항체 생산 시설 확장에 나섰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싱가포르 투아스(Tuas)에 2억5400만 달러(약 3520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백신 공장을 착공했다.
싱가포르는 제조업 강국이다. 싱가포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정부는 그 부가가치를 적극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 2021년 '제조업((Manufacturing) 2030'을 추진, 반도체, 바이오제약 등 첨단 글로벌 제조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은 제약 기업들에게도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주요 6개 국가(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제약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1인당 의약품 비용도 지난해 약 36달러(약 5만원)로 전년대비 6.6% 증가했고 연평균 7.4%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엔 약 46달러(약 6만400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플라즈마는 지난해부터 싱가포르에 혈액제제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현지 보건당국이 자국의 혈액원을 통해 확보한 혈장을 SK플라즈마에 공급하면 안동공장에서 혈장을 원료로 알부민 등 혈액제제 완제품을 생산해 싱가포르에 보내는 형태다.
SK플라즈마는 지난 2021년 싱가포르 보건당국의 혈액제제 국가 입찰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 당국이 공급하는 물량 전량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회사는 향후 6년간 총 3천만 달러 규모의 혈액제제를 독점 공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최초의 혈장 분획 공장도 짓고 있다. 자카르타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해당 공장은 연간 100만리터(ℓ)의 혈장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지씨셀은 지난 6월 시총 7조원 규모의 동남아 최대 제약 그룹 PT Kalbe Farma Tbk(이하 칼베) 자회사인 PT Bifarma Adiluhung(이하 비파마)과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이뮨셀엘씨주의 시장 진출, 기술이전 및 NK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 관련 폭넓은 전략적 협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기업 인피온과 함께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한 후 현지 최초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구축해 바이오의약품 사업, 글로벌 인재 육성 사업 등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보고르농업대학교(IPB)와 함께 영장류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영장류 전문 연구소 설립은 사람과 유사한 자연발생 질환을 보유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전임상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의 독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단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웅제약의 특수관계사인 시지바이오도 인도네시아를 제2의 사업 거점으로 낙점하고 미용성형 관련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유유제약은 비뇨기 질환 치료제인 '유힐릭스 연질캡슐'(성분명 두타스테리드)이 필리핀과 미안마 규제당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동남아 의약품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 증대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힐릭스의 필리핀 제품명은 '아마다트'이며, 미얀마 제품명은 유힐릭스로 국내와 동일하다.
회사는 유힐릭스 외에도 항응고제 등 다양한 품목의 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일제약은 최근 베트남 의약품청(DAV)으로부터 점안제 위탁생산개발(CDMO) 공장 실사를 마쳤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약 3억3000개의 점안제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회사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연간 20억원 안팎의 점안제를 수출하고 있는데, 베트남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공급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CMG제약(씨엠지제약)은 베트남 헬스케어 유통전문기업 안틴팟(An Thinh Phat)에 화장품 6종을 수출하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내 중 건강기능식품 6종도 수출할 계획이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 기업인 '중선 파마(TRUNG SON Pharma)'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회사는 '활명수', '잇치', '판콜' 등 일반의약품의 베트남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한편, 비타민과 홍삼, K-뷰티 상품 판매량이 급증한 베트남 시장 니즈에 맞춰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제품 라인 판매로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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