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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구영배의 무리한 '줍줍'이 부른 참사

유통·바이오 채널 큐텐 정산 지연 파장

구영배의 무리한 '줍줍'이 부른 참사

등록 2024.07.25 17:23

수정 2024.07.25 17:48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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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위시·AK몰 인수올 2월 위시 2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금난 심화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가 여행 예약 금액 등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가 여행 예약 금액 등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모기업 큐텐의 상장을 위한 무리한 인수합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큐텐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위시·AK몰 등 5개 회사를 지난 2년간 잇따라 인수했다. 업계와 피해자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큐텐이 자사 물류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다수의 내외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G마켓 창립자인 구영배 대표가 지난 2010년 세운 회사다. 구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한 뒤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설립했다. 이후 큐텐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비롯해 인도, 중국 등에 진출했다.

구 대표가 G마켓을 매각할 때 계약서에 쓴 '10년간 겸업금지' 조항이 끝난 2022년부터 국내외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2022년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 그해 9월 티몬을 인수하고, 이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사들였다.

이때 큐텐은 '지분교환'을 활용해 적은 돈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티몬·위메프 지분을 큐텐이 갖고,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투입된 자금은 당초 업계의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업계는 티몬 2000억원, 인터파크커머스는 15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적은 돈으로 몸집을 불리는 큐텐은 쿠팡의 대항마로 불리기도 했다. 각 이커머스 계열사의 물량을 바탕으로 큐익스프레스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큐텐은 지난해엔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를 정도로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 인수를 발판 삼아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으로 나아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테무·알리익스프레스·쉬인 등 중국 쇼핑앱의 미국 상륙으로 위시의 사세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세계 2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만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의 온라인쇼핑몰 AK몰까지 약 5억원에 인수했다.

구영배의 무리한 '줍줍'이 부른 참사 기사의 사진

다만 인수 이후에도 주요 계열사들의 적자가 심화되면서 이와 같은 인수 작업이 현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큐텐의 국내 주력 기업인 티몬, 위메프 양사는 창립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소비자 결제 이후 한 달에서 두 달 뒤 판매자에게 대금을 정산해주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티몬, 위메프를 비롯한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사실상 '돌려막기'로 운영을 해왔다.

국내 경쟁 대형 이커머스들이 과거 이커머스 3대장 티몬, 위메프, 그루폰의 자리를 꿰차면서 티몬과 위메프의 적자는 늘어났고, 최근 중국 이커머스 공세까지 거세지면서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누적 적자가 커져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더 많다. 유동부채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유동자산은 22% 줄었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은 1385억원으로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25억원으로 1년 새 500억원 늘었다. 인터파크쇼핑도 작년 1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큐텐 입장에서 각 사의 부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커머스 기업 특성상 상장을 위해서는 매출과 트래픽이 중요했다. 재무건전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코스닥과는 달리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많이 따지는 것이 나스닥 상장을 노린 '올인' 전략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을 위한 출혈 경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수익성은 포기한 채 쿠폰을 남발하는 출혈 마케팅에 무리한 전자제품, 여행상품, 상품권 할인행사를 통해 거래량만을 키워온 것. 업계에서는 큐텐이 확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내실 다지기를 경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와중에 외형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큐텐 계열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곧바로 판매자는 판매를 중단하고 소비자들은 구매를 외면하면서 악순환에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자본금이 넉넉하다면 일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자본 여력이 없어 한계에 직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미국 상장을 위해 사실상 빈껍데기 수준의 업체를 다수 인수하면서 업계에서 우려가 많았다.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 위축 및 불신이 지속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에서 여행 예약 금액 등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모여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에서 여행 예약 금액 등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모여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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