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 상품 그대로 퇴직연금 계좌 바꿀 수 있어증권사는 '머니무브' 기대감···운용 수익률 강점 내세워만기 기다릴 필요 없어···채권 직접 매매도 가능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도입을 앞두고 보유 중인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이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퇴직연금 사업자)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기존 계좌의 투자 상품을 매도하고 현금화해야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었던 불편을 해소했다. 제도 도입 후에는 현금화하느라 별도의 시간을 소요할 필요가 없고 기존에 운용하던 상품의 손실을 확정 짓는 부담도 없어진다.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투자 상품 등 자산 운용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살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기는 것이 간편해진 만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업권과 사업자별 운용 수익률에 반응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은행권과 비교해서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ETF·리츠·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운용의 폭이 넓다. ETF의 경우 은행 계좌에서도 거래할 수 있지만 실시간 매매가 아니라 펀드처럼 당일 종가로만 매매할 수 있다.
지난해 증권사의 연간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7.11%로 은행(4.87%), 생명보험사(4.37%), 손해보험사(4.63%) 등 타 금융업권보다 높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은 수익률이 자명한 반면 증권사는 투자 상품을 통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고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며 "최근 관심이 높은 해외 투자의 경우에도 증권사 계좌가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 점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판단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7월 FOMC에서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유럽과 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는 추세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기존에는 금리가 높을 때 삼 년 만기 고금리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가 되어 수익을 시현하기 전까지 계좌를 옮기기 어려웠다"면서 "현물이전 제도의 도입으로 운용 중인 상품의 만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회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DC형이나 IRP 계좌에서는 채권도 직접 매매가 가능한데 은행에서는 직접 매매가 안 된다.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국채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증권사 계좌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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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류소현 기자
sohyu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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