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6.85%로 두산에너빌리티 2대주주 주총서 반대표 행사할 경우 합병 무산 가능성도금융당국, "시가 합병 면죄부 아냐" 작심발언
26일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민연금이 두산 지배구조 개편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이유가 소액주주 지분가치를 훼손하는 합병 비율인 만큼, 유사한 사례인 두산에도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이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아래에 있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100% 자회사로 옮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인적분할합병'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간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야 한다.
분할합병 승인은 특별결의사항으로 가결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주주 두산 지분은 30.67%로 밥캣이나 로보틱스와 달리 낮은 편이다. 두산에 이어 국민연금이 6.85%를 보유 중이며 63.61%는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11일 발표한 합병 계획안은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산그룹이 제시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1대 0.63으로 원안대로 이뤄질 경우 두산밥캣의 기존 주주들은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받게 된다.
두산그룹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현격한 실적 차이를 고려했을 때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9조8000억원, 1조4000억원으로 두산그룹의 실질적인 캐시카우로 통하는 '알짜' 회사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같은 기간 매출이 530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19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합병 반대에 나선 상태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지난 21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주총에서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합병 무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규모가 미리 정한 한도를 넘어서면 합병을 하지 않아도 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의 한도는 6000억원으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 청구가격인 2만890원에 보유 지분 전부를 행사하면 한도를 넘어선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주총 당일인 다음달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추가 정정 요구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정정신고서 내용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으면 횟수에 제한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를 받은 후 지난 6일에 1차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 16일에도 2차 정정 진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합병에 명분이 있는지와 주주가치 침해 여부"라며 "두산의 경우 명분이 없고 낮은 합병 비율로 가치 훼손도 수반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90%를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국민연금의 반대를 고려, 합병비율을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연구원은 "금융감독원이 직접적으로 합병비율을 정정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계속 언급되는 만큼 기업이 자발적으로 합병비율을 정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합병비율을 계산했다고 하지만, 계열사 간 합병 시 10%를 증감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류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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