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시너지 유발하기 위해 출범한 '사업지원 TF'미래전략실 닮은 꼴···"결론적으로 삼성에 도움안돼"기술자 없는데 반도체 관여···독립적 의사결정 필요성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28일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옛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지위를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미전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업 CEO(최고경영자)마저 미전실 주문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삼성의 옛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은 2017년 2월 해체됐으나 그 그늘은 현재까지 드리워져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9개월이 지난 11월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사업지원 T/F라는 임시 조직을 세웠는데 이곳이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비롯된 삼성전자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원흉으로 지목받으면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전실 후신인 사업지원 T/F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며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한다고 했으나 미전실을 축소해 T/F로 만들고 이를 삼성전자 안에 집어넣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삼성은 인력 감축, 비용 절감 등 가격 경쟁력 중심의 철학으로 성장해 왔다"며 "사업지원 T/F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 채 미래 비전이나 전략적인 의사결정보다는 과거와 같은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있어 삼성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업지원 T/F의 자료를 기반으로 이 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다 보니 CEO 등 임원들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사업지원 T/F가 과거 이병철 창업주의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전실 시기와 비슷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비판한다. 또 삼성전자 안팎에선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을 비롯한 T/F 임원들이 엔지니어 출신이 아님에도 미래가 아닌 단기 이익만 보고 반도체 설계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사업지원 T/F 내 임원은 총 18명인데 이들 모두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멀다. 김장경·문희동·여형민·오정석·이제현·이동우 등 부사장 11명은 지원팀, 인사팀, 경영지원실, 기업금융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구자천·송방영·유성호 등 상무 6명도 삼성전자 시스템LSI, MX(모바일경험), 삼성디스플레이 등에서 기획팀, 지원팀, 인사팀을 거쳐 사업지원 T/F에 합류했다.
이번 위기의 원인이 사업지원 T/F에서 비롯된 잘못된 의사결정 구조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삼성이 독립적인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 사업이 광범위하게 다양하다 보니 각 사업 부분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사업성을 두고 의사결정이 시스템 반도체보다 메모리에 편중돼 있다든지, 모바일 사업부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전략을 반대한다든지 등 조직과 부서끼리 이해충돌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오픈이노베이션 시대에 맞지 않은 조직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경계현 전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조직 문화를 가장 먼저 쇄신하려 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 성격이 각각 다른 데 메모리의 성공 방식을 파운드리·시스템LSI에 이식하려다 보니 사업부별 경쟁력에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 부문장은 이를 사내 소통 채널 위톡(WeTalk)에서 취임 직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과거 유치산업을 보호하듯 지금처럼 서로 내부 거래해선 안 되고 전자 사업 부문별로 독립적 계열 분리를 해야 한다"며 "이제 이 회장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개별 경영을 하게 되면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지원 T/F같은 조직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