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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 선정의 문제

전문가 칼럼 서지용 서지용의 증시톡톡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 선정의 문제

등록 2024.11.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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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 선정의 문제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 밸류업(value-up) 지수의 편입 종목이 발표되었다. 당초 밸류업 지수는 편입기업에 대한 주식시장 매수세를 늘릴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되었다.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벤치마킹 지수가 되고,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고려하는 ETF 상품 개발이 늘어날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막상 선정된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을 보면 과연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총 100개 기업이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으로 선정되었다. 95개는 5단계 스크리닝 방식을 거쳐 선정되었고, 특례조건에 부합한 5개 종목도 동 지수에 편입되었다.

5단계 스크리닝(screening) 과정의 1·2단계에서 시가총액 400개 이내 기업 선정 후 다음으로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이 적자인 기업이 배제되었다. 3단계에서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시행 경험 유무가 판단되었다. 4단계에서는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to Book value Ratio) 순위가 전체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인 종목으로 고려되었다. 마지막 5단계에서 2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우수한 100개 종목이 선정되었다.

5단계 스크리닝 과정은 언뜻 보면 엄정한 단계별 허들(hurdle)을 통과한 기업들이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으로 선정된 듯 보인다. 하지만, 단계별 선정 조건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1단계 기준과 5단계 기준이 중첩된다. 자본 활용력의 판단 조건이라고 발표한 ROE는 주주이익률로서 사실상 수익성 지표인데, 이를 5단계에 다시 선정 기준으로 평가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더욱이, 특례기업 선정 요건도 애매하다.

특례조건의 경우 밸류업 조기 공시기업으로 최소요건(수익성, 시가총액, 유동성 등)이 앞선 1단계 및 5단계와 중첩되는 측면이 있고, 시장 규모를 대리하는 시가총액이 반영되는 문제점도 있다. 시장 규모가 크다고 과연 반드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는 기업일까? 작은 기업은 반드시 주주환원에 소홀한 기업일까?

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 선정을 위한 기업심사 요건은 시장 대표성(시총 400위 이내), 수익성(적자기업 제외), 주주환원(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경험), 시장평가(PBR 수준), 자본효율성(ROE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대체로 주식시장에서 가치판단 지표는 PBR, PER(주가수익비율: Price to Earnings Ratio), 배당수익률, EVA(경제적 부가가치: Economic Value Added), 토빈의 Q 비율 등이다. PBR, PER은 기업의 주당 순자산 가치 또는 이론적 수익창출력 대비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를 비교한 상대가치 지표이다. 또한, 배당수익률은 주주환원을 대리하는 지표로서 시장 주가 대비 배당 이익의 비율로 나타낸다.

한편, EVA는 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절대적 기업가치 지표로 많이 사용된다. 토빈의 Q 비율은 기업의 시장가치를 실물자산의 대체원가로 나눈 개념이다. 즉, 토빈의 Q 비율 지표가 1 이상일 경우 기업의 투자유인이 생겨 높은 기업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써,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자사주 소각 또는 배당 성향으로 대리되는 주주환원 정도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수준, 순자산 가치 또는 이론적 수익창출력 대비 시장평가 수준,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본 활용 수준,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노력, 절대적 수준의 기업 가치 정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의 5단계 스크리닝 평가 방식의 문제점은 상기 언급한 다양한 평가 요인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평가 조건의 성격이 서로 중첩적인 것이 많았다. 또한, 선정 기준도 단계별 평가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등 객관적으로 적합한 평가 기준이 이용되지 못했다.

사실 효과적인 자본 활용력 평가는 대체로 자본효율성(capital efficiency) 지표로 평가된다. 자본효율성 지표는 ROE보다는 대체로 총자산회전율(asset turnover ratio)이 사용된다. 총자산회전율은 제조업의 경우 투여된 총자본이 얼마나 신속하게 매출 창출로 이어지는지를 평가하는 활동성 지표이다. ROE는 자기자본 대비 수익성 지표로 사실상 기업의 효과적 자본 활용을 나타내기보다는 주주 수익성을 평가한다.

또한, 기업의 절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EVA가 반영되지 못한 것도 밸류업 지수 선정의 한계점이다. 기업의 자본비용을 차감한 기업의 세후영업이익이 얼마인지를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실제적 기업 가치판단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PBR, PER이 비교 잣대로 주로 업종별 벤치마킹 지표가 필요한 데 비해, EVA는 그 자체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밸류업 지수 선정은 기업이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주주환원에 적극적일수록 투자자들의 투자 확대를 통해 가치가 더욱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선정 기준 및 애매한 평가로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지수편입 과정에서 탈락된 기업이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환원에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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