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 금요일

  • 서울 -6℃

  • 인천 -4℃

  • 백령 -1℃

  • 춘천 -5℃

  • 강릉 -3℃

  • 청주 -3℃

  • 수원 -5℃

  • 안동 -2℃

  • 울릉도 6℃

  • 독도 6℃

  • 대전 -1℃

  • 전주 -1℃

  • 광주 2℃

  • 목포 3℃

  • 여수 2℃

  • 대구 -1℃

  • 울산 1℃

  • 창원 1℃

  • 부산 2℃

  • 제주 3℃

산업 "내수 독려하고 민간외교까지"···수습 나선 총수들

산업 재계

"내수 독려하고 민간외교까지"···수습 나선 총수들

등록 2024.12.26 12:31

차재서

  기자

공유

"韓 경제 정상 가동"···최태원·류진, 주요국에 서신 정용진은 미국 트럼프 자택서 글로벌 인사와 회동 재계 일각선 "정부가 기업에 책임 떠넘겨" 지적도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우 의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우 의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맞물려 혼란한 정국이 계속되자 주요 기업 총수가 더욱 분주해졌다. 서둘러 해외 네트워크를 가동해 민간외교를 펼치고 정부 당국에 흔들림 없는 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도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불확실성 속 나름의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하려는 취지이나, 일각에선 정치적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재계가 수습 부담을 떠안는 데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탄핵 정국이 막을 연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전방위 대응에 나선 경영인의 움직임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128개국 세계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국 경제의 안전성을 알리고,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CEO 서밋의 성공적 개최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함이다.

특히 최 회장은 서한에서 "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높은 회복탄력성과 안정적인 시장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상의는 기업·정부와 협력해 2025 APEC 경제인 행사를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기업인의 번영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만들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3일엔 경제6단체 대표자와 함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수출과 내수 진작이 시급하다는 점을 역설하며 정부 차원에서 환율 등 지표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도 미국상공회의소(USCC) 등 31개국 33개 경제단체 회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최근 정치적 상황에도 한국경제는 양호한 펀더멘털과 높은 국가신인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피력하며 지속적인 신뢰와 관심을 요청했다. 덧붙여 류진 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도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업 차원에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발 빠른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16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택에서 5박6일 간 머물렀는데, 이 기간에 글로벌 경제계 주요 인사와 교류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동시에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계는 소비를 끌어올리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 주요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연말연시 모임 정상 진행', '지역 특산물 구매 장려' 등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내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처럼 재계 주요 인사가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어수선한 정국과 무관치 않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고 우리 기업의 국내외 경영활동에도 제약이 생긴 만큼 각 영역의 대표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만은 않다. 정부의 실책으로 이슈가 불거지면 늘 기업으로 수습의 책임이 돌아가는 것처럼 비쳐서다.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계 총수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쏟았다. 대통령의 국빈방문이나 엑스포 유치, 원전 수주 등 굵직한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경제사절단으로서 출장길에 올라 측면 지원에 나섰다. 작년 12월엔 대기업 총수가 부산 전통시장을 방문해 대통령과 떡볶이를 먹는 장면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비판 여론도 확산됐다. 정부가 경영 현안에 전념해야 할 글로벌 기업의 최고 책임자를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에 끌어들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병풍 논란'을 중재한 것도 다름 아닌 재계 인사였다. 당시 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정부와 함께 움직여야 정책에 부응하고 기업의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세간의 우려를 잠재웠다.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선 뒷짐 지고 있는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당국 스스로 혼란한 정국을 풀어내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지니다 보니 위기 국면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왔다"면서 "다만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모든 기업이 어려워진 와중에 재계가 필요 이상의 짐을 짊어지는 것은 아쉽다"고 우려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