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은 탄핵 정국에 '12·12사태' 재조명 '노태우 비자금' 의혹 둘러싼 대법원 판단 촉각
이를 계기로 과거사를 되짚고 넘어가자는 여론이 고개를 든 만큼 법원으로서도 이혼소송 2심에서 들춰진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 규명에 신경을 쏟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앞서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조만간 세부 일정을 조율해 양측에 전달할 전망이다. 다만 사회적 관심이 온통 '탄핵 이슈'로 쏠려 있는 탓에 본격적인 심리는 내년에나 시작될 것으로 점쳐진다.
초미의 관심사는 자신도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노소영 관장 측 입장을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이를 수용한다면 결국 사법부가 노태우 씨의 비자금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2심 중 노 관장은 '선경 300억' 메모를 앞세워 아버지 노태우 씨의 돈이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전달돼 그룹 경영에 쓰였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반영해 1조3808억원이란 천문학적 재산분할 액수를 산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존재가 들춰진 격이어서 이후 사회 전반에 논란이 확산됐다.
일단 재계에선 여러 정황에 주목하며 법원이 노 관장 측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첫 번째다.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누차 조명됐듯 실제 노태우 씨의 자금이 SK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메모' 외에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6공화국 주요 인사의 기억과도 배치된다.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은 언론사와의 앞선 인터뷰에서 오히려 노태우 씨가 SK 측에 노후 자금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남겼다.
여기에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지목된다. 갑작스런 계엄 선포가 1979년 전두환 신군부 12·12 군사반란의 악몽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다시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당시 관계자에 대한 미흡한 처벌로 군사정권의 잔재를 뿌리 뽑지 못한 게 똑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따라서 이 와중에 노태우 씨 비자금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사법부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노태우 비자금'을 찾아 국고로 돌려놔야 한다는 여론도 시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5·18기념재단과 군사정권 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최근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검찰·국세청 등에 고발했다. 이들은 올바른 역사 정의와 사회 정립 차원에서 비자금을 찾아 국고로 환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두 단체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별개로 환수위는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가 매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도 전시를 제대로 열지 않았다며 문화관광체육부에 운영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환수위 측은 "서울고법 가사2부가 노태우 비자금을 노 관장의 돈으로 봤는데, 이는 세금 한 푼 없는 불법 증여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과장은 이혼소송을 기회 삼아 범죄수익을 일체 추징금이나 세금도 없이 되찾으려 하고 있다"면서 "불법증여일뿐 아니라 '편법상속'이자 '조세포탈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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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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