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트럼프 취임식 등 극소수만 참여 명절에도 해외 사업장 방문 없이 국내 머물듯 "어수선한 시국 탓···국정 안정화 시급" 지적도
20일 재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세계적으로 굵직한 이벤트가 속속 예정돼 있지만 국내 기업 총수와 관련해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포스포럼이 대표적이다. 기업 총수 대부분이 전면에 나서 우리나라를 알리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기업인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굴을 비치는 인사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2023년만 해도 국내 주요 경영인은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열고 우리나라의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취임식도 비슷하다. 사전에 초청장을 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에 우오현 SM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등만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재계를 감싼 무거운 공기는 최근 막을 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25 때부터 감지됐다. 작년만 해도 인공지능(AI)이 불러온 산업의 새 트렌드를 현장에서 진단하려는 기업인의 발걸음이 이어졌으나, 올해는 많은 기업인이 참석하지 않아 화제 아닌 화제가 됐다.
개인 일정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통상 명절 연휴가 되면 해외 현장으로 이동해 사업을 점검했는데, 올해는 국내에 머무르며 경영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들여다보면 결국 어수선한 국내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내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만큼 바깥일을 챙기기보다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인식이 짙다.
돌아보면 2017년과 비슷하다. 그때도 '박근혜 탄핵' 정국과 맞물려 재계 인사의 발이 묶인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경협)와 대기업이 일제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핵심 인사의 출국이 가로막히는 등 후폭풍이 이어진 탓이다. 이로 인해 다보스포럼에서도 이례적으로 '한국의 밤' 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같은 이유로 트럼프 1기 출범 행사에도 대기업 총수가 참석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불편해하는 시선도 감지된다. 한창 움직여야 할 시기 기업인이 발목을 잡힌 것으로 비쳐서다. 특히 비상계엄에서 탄핵으로 이어진 정치적 사안이 또다시 우리 경제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재계에선 정치권이 조속한 국정 안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기업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위기 속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란 이벤트가 겹치면서 산업별로 현안이 쌓였지만, 각 기업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새"라면서 "정부 당국과 국회가 불확실성 해소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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