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배터리-멕시코·캐나다에 생산 거점 韓 기업관세에 가격 경쟁력 상실 우려···급격한 투심 위축
3일 오후 1시 14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5.17% 하락한 18만8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86% 내린 5만9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기아(6.67%), 현대차(2.43%)와 배터리·2차전지 업종인 포스코퓨처엠(9.17%), 에코프로비엠(8.47%), 에코프로(6.39%), LG에너지솔루션(4.12%) 등도 급락하는 중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각각 25%), 중국(10%)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자 관련 업종이 타격을 받은 영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제조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이 캐나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반입되고 있다면서 당사국들이 적정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실제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관세는 당초 지난 1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적용 직전 일정이 조정되면서 오는 4일부터 행정명령이 시행된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 거점을 확대해 온 국내 기업들은 관세 적용 현실화로 가격 경쟁력 확보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타격이 예상된다.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가전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LG전자는 이날 오후 들어 7만810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멕시코 몬테레이에선 기아가 K4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변속기와 자동차 부품을 각각 생산한다.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 지역에는 국내 배터리, 2차전지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나 전기차는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거의 붙지 않았는데, 앞으로 25%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배터리 모듈을 양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캐나다에 건설 중이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퀘백에 연간 4만5000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은 당장 관세 부과 대상이 되진 않았지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반도체 등 부문별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실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관세 부과로 한국산 반도체의 가격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반도체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관세전쟁의 본격화로 인해 하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현지 생산 기업들의 단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캐나다·멕시코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 중이거나 지난 몇 년간 투자를 확대한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두 국가와 달리 한국의 대중 수출은 미국의 대중 수입과 연동되는 부분이 커 한국의 대중 정보기술(IT) 수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추가 관세·보조금 취소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보조금 대신 수수료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크기 때문에 관련 산업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주식시장에 관세 우려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개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 11월 대선 이후 트럼프의 입을 통해서 여러 차례 나왔던 사안"이라며 "증시에서도 해당 수위의 관세는 선반영해 온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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