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향 FC-BGA 2곳 수주RF-SiP와 FC-BGA 중심 기술 혁신모빌리티·로봇 부품 사업 확장 계획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RF-SiP, FC-CSP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의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사업인 FC-BGA, 차량 AP 모듈 사업을 통해 반도체용 부품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바일을 넘어 반도체용 부품 사업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로봇 부품사업 등에 집중해 일등사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LG이노텍은 24일 오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본사 대강당에서 '제4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제49기 재무제표 승인 건과 이사 선임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 등 총 4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날 주총에서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사외이사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비서관 등을 역임한 통상·무역 전문가로, LG이노텍의 글로벌 사업 강화 및 반도체 부품 사업 육성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의장을 맡은 문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2025년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축적해온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모빌리티·로봇 부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며 고객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용 부품 분야에서는 RF-SiP(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 등 주력 사업의 핵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선도 지위를 강화하는 한편, 신사업인 FC-BGA와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의 사업화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센싱·통신·조명 부품 중심으로 AD(자율주행)·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 부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5조 이상 규모로 사업을 육성하고 로봇 부품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 카메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분야 주요 기업들과 활발히 협력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용 부품 신사업인 FC-BGA의 사업 현황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빅테크향 FC-BGA 두 곳은 이미 수주해 구미 4공장 '드림 팩토리'에서 순조롭게 양산 중이며 또 다른 글로벌 빅테크 한 곳은 새롭게 수주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구미 4공장을 업계 최고 수준의 AX(AI Transformation, AI 전환) 공정이 갖춰진 '드림 팩토리'로 구축해 FC-BGA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공정 혁신을 통해 제품 공정 기간 단축은 물론, 안정적인 수율 관리를 통해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어 문 대표는 "앞으로 AI·서버용 등 하이엔드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입해 FC-BGA 사업을 2030년까지 조 단위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구상 중인 FC-BGA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최근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차량용 AP 모듈과 관련해 문 대표는 "올 하반기 첫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북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 프로모션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차량용 AP 모듈은 컴퓨터의 CPU처럼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으로, 자율주행 등 커넥티드 카의 발전으로 수요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에 탑재된 AP 모듈은 올해 총 3300만개에서 2030년 1억1300만개로, 매년 22%씩 늘어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컴팩트한 사이즈의 모듈에 400개 이상의 부품이 내장된 고집적·고성능 AP 모듈을 개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리기판의 사업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유리기판은 2, 3년 후 통신용 반도체에서, 5년 뒤에는 서버용에서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야만 하는 방향"이라며 "올해 말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사 대상 프로모션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글래스 인터포저가 아닌 글래스 코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이다.
문 대표는 로봇용 부품 등 미래사업의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LG이노텍은 현재 로봇 분야의 글로벌 리딩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유력 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 소식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세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저희가 멕시코 공장에 양산하고 있는 제품들은 관세에 대해 저희가 아닌 고객사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없다"면서도 "가격에 전가될까봐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고 언급했다.
LG이노텍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증설을 추진 중에 있다. 멕시코 공장은 7월에 완공, 10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음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고했다는 점이다. LG이노텍은 관세에도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했을때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대표는 "멕시코가 아닌 한국에서 생산해달라는 일부 고객들도 있다"며 "관세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국내,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사이트들을 잘 활용해 피해를 최소하는 방향으로 고객과 협의,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모듈 관련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 우려와 관련해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관련 투자를 굉장히 많이 했다"며 "이에 올해까지 수익성이 좋지 않지만 내년부터 감산이 줄어들면 수익으로 실현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 경쟁사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마켓쉐어를 잘 지켜나가고 있다"면서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들은 상당 부분 (중국 경쟁사들과도) 커머디티화(상품 평준화)된 반면 고배율 광학식 연속줌 카메라모듈 등 특수 카메라 몇종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며 "자동차나 로봇, 드론 등에 들어가는 카메라들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지속성장을 하려면, 새로운 기술의 S커브(기술이 급성장 후 일상화를 거쳐 도태되는 일련의 변화 과정)를 빠르게 센싱하고, 고객과 함께 새로운 S커브를 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센싱·제어·기판 등 확장성 높은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을 넘어 반도체·모빌리티·로봇 부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고객과 함께 새로운 S커브를 타며 또 다른 일등사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LG이노텍은 신규 비전을 수립했다. 새로운 비전은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혁신 선도 기업들이 신뢰하는 기술 파트너로, 전자, 모빌리티, 로보틱스 산업의 미래기술 변화를 리딩하고, 고객의 비전을 함께 실현하는 기업'이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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