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들, 제약기업 경영 전면에오너 2~4세 경영 체제 본격화상속세 문제로 인한 승계 난제 우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보령 등이 오너 3세 체제로 전환했다. 삼진제약과 동화약품 등은 각각 오너 2세, 오너 4세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외에 여러 기업이 오너 2~4세 이사 선임과 후계자 지분 확대에 나섰다.
대표직 오른 오너 2~4세
제일약품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제일약품은 전문 경영인인 성석제 대표와 한상철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1976년생인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상철 대표는 지난 2006년 부장으로 입사 후 초고속 승진하며 경영 수업 과정을 거쳤다.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 등을 거쳤고, 2015년 부사장, 2023년 제일약품 사장에 오르며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됐다. 현재 제일약품 지주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 대표를 2017년부터 겸직하고 있다.
한 대표는 경영에 필요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상품매출 중심이었던 제일약품의 체질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로 신약 연구개발 집중과 사업 다각화, 신사업 발굴 추진 등을 주도했다. 설립을 주도했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 테라퓨틱스가 신약인 '자큐보정'(자스타프라잔)을 허가받는 등 성과도 냈다.
한승수 회장 차남인 한상우 전무도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오너 3세 형제가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보령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두현 대표가 개인 사유로 자진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1985년생인 김정균 대표는 보령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로, 김 회장 장녀인 보령홀딩스 김은선 회장의 아들이다. 2010년경 부친 성(姓)인 '유'씨 대신 모친 성씨인 '김'씨로 개명했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산업공학 전공을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 사회행정약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2011년 1월 삼정KPMG를 거쳐 2014년 보령에 입사했다. 202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상태다.
김정균 대표는 블록버스터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시장 확대, 항암(Onco) 부문 독립 및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통한 항암제 사업의 높은 성장과 필수 의약품 생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이끌며 지난해 보령의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보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보령의 성장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기 위해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 역량과 글로벌 신성장 동력을 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조규석(1971년생), 최지현(1974년생)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조규석 신임 대표와 최지현 신임 대표는 각각 삼진제약 공동 창업자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의 장남, 장녀다.
회사에 따르면 조규석 대표이사는 경영관리, 재무, 생산 부문을 총괄하며 조직 안정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해왔고, 최지현 대표이사는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부서를 이끌며 성장 동력 확보와 시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삼진제약은 두 대표이사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통해 연속성이 내재된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동화약품은 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인호 대표는 윤도준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로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생인 윤 대표는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한 후 전략기획실과 생활건강사업부, OTC 총괄사업부 등을 거쳤다. 2019년 등기 임원으로 선임됐고, 최근까지 동화약품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대주주인 디더블유피홀딩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윤인호 대표는 지분 승계 작업도 마친 상태다. 이달 윤도준 회장에게 보통주 115만3770주(4.13%, 약 71억원)의 동화약품 주식을 증여받으며 윤 대표의 동화약품 지분율은 6.43%, 윤 회장은 1%로 변경됐다. 윤 대표는 개인 최대 주주에 오르며 지배 구조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윤 대표는 동화약품 지분 15.22%를 보유한 최대 주주 디더블유피홀딩스에 대해서도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윤인호 대표는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로서 쌓아온 역량과 신뢰, 업계 최고 수준의 공정 거래 및 윤리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써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나아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진입·지분 매입 나서
이번 3월 주총에서는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된 오너 일가 후계자도 늘었다. 기존에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오너 2~4세도 재선임된다. 이들은 대부분 장외매수에 나서 지분도 크게 늘렸다.
휴온스는 오너 3세 윤인상(1989년생)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 장남인 윤인상 상무는 지난해 7월 휴온스, 휴온스글로벌 상무로 승진했다. 그간 휴온스 기타비상무이사이자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의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이외에 휴온스그룹 계열사 휴메딕스는 윤 회장 차남이자 윤 상무 동생인 윤연상 전략기획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윤성태 회장은 지난달 28일 보유 중인 휴온스글로벌(지주회사) 주식 12만 주를 세 아들에게 대규모 장외매수(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했다. 윤인상 상무는 6만주를 매입해 지분율 4.63%로 2대 주주에 올랐다.
파마리서치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정상수 파마리서치 이사회 의장 장남인 정래승 픽셀리티게임즈 대표를 파마리서치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했다. 1988년생인 정래승 사내이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으로 활동했고, 2018년부터 픽셀리티게임즈 대표를 역임했다.
파마리서치는 앞서 정 의장 장녀이자 정래승 사내이사 동생인 정유진 파마리서치 미국법인장이 2023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정 의장 두 자녀가 경영 일선에 나서며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삼일제약은 허강 회장의 차남인 오너 3세 허준범(1985년생) 삼일제약 사내이사를 재선임했다. 삼일제약은 이번 주총에서 허준범 사내이사의 형인 허승범(1981년생) 삼일제약 회장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의 장남이자 대원제약 창업주 고 백부현 회장의 손자인 백인환 대원제약 대표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된다. 1984년생인 백인환 대표는 2011년 대원제약에 입사했고,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삼촌인 백승열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동성제약은 지난달 오너 3세 나원균 대표가 회사 최대주주이자 외삼촌인 이양구 회장에게 76만642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분율은 1.15%에서 4.09%로 2.94%p(포인트) 늘었고, 거래 규모는 35억원이다.
1986년생인 나원균 대표는 동성제약 창업주인 고 이선규 명예회장의 외손자로, 미국 에모리대(Emory University)에서 응용수학과 및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2019년 동성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2022년 사내이사, 2024년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창업주나 오너 2세가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오너 2~4세가 주요 보직을 맡고 지분을 확대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이 후계자 지분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 바이오기업 회장이 천문학적인 상속·증여세로 인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경영권 승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사례가 있다"면서 "창업주가 전면에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승계 작업을 시작하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마 올해부터 여러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