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반사이익, 실적 개선 역부족자금 조달 성공에도 차환 구조 유지재무 개선 이면의 수익성 하락 경고
롯데쇼핑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지난 23일 수요예측을 통해 총 2500억 원을 조달했으며, 발행일은 25일, 납입일은 30일로 예정됐다. 2년물(700억 원)과 3년물(1800억 원)로 나눠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총 8600억 원의 기관 주문이 몰렸고, 모든 트랜치에서 민평금리 대비 언더금리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연간 두 차례 이상 공모채 시장을 찾는 발행사로서의 위상은 유지됐지만, 조달 목적은 전액 채무상환이다.
이번 수요예측 흥행에는 최근 유통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신용 경색, 특히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일부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A등급을 보유하고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실패했던 홈플러스와 달리, 롯데쇼핑은 'AA-'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으로 분류돼 기관 주문이 몰렸다. 유통채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가운데, 롯데쇼핑이 사실상 유일한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조달 자금은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도래하는 총 7790억 원 규모의 CP 및 회사채 만기 일부를 대응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5월 30일 1000억 원 규모 사모 CP를 시작으로, 6월 23일 1400억 원, 7월 11일 1300억 원, 7월 18일 300억 원, 9월 5일과 23일 각각 1100억 원과 1350억 원, 11월 28일 1340억 원의 만기 물량이 연이어 도래한다.
이번 발행은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아닌 차환 구조라는 점에서, 외형적 재무 안정성과 실질 체력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토지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산 장부가를 8조2000억 원에서 17조7000억 원으로 끌어올렸고, 재평가잉여금 7조1000억 원이 자본에 반영되면서 부채비율은 190%에서 128%로 개선됐다.
본업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약 4700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재평가 과정에서 반영된 손상차손과 이연법인세 부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최종 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2024 회계연도 기준 당기순손실은 9941억 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을 나타내는 ROE는 -7.75%로, 자본을 투입하고도 오히려 손실을 본 셈이다. 시장 평가를 보여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1배까지 하락해, 회사 자산이 장부가의 10% 수준으로만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후퇴했고, 실질 개선 없이 회계상 수치만 좋아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서면서, 유통부문 정상화가 그룹 전체 체질개선의 핵심 과제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비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순환출자 해소, 트랜스포메이션 2.0 전략과 맞물려, 롯데쇼핑의 실적 회복 여부가 그룹 전반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롯데쇼핑의 순차입금은 12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00억 원 증가했다. 김해관광단지 개발, 백화점 리뉴얼, 호텔 인수 등으로 자본적지출이 확대된 반면, 이커머스 부문은 1200억 원 매출에 6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EBITDA/금융비용 커버리지는 2.3배로 낮은 수준이며, 비핵심 자산 매각도 지연되고 있다.
순차입금이 늘어난 만큼 이자와 상환 부담도 함께 증가하면서, 현금흐름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유보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환을 반복하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신용도와 투자 여력 모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은 회계 기준상 개선 효과는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일시적 조치에 가깝다"며 "본업의 수익성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금의 재무 안정성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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