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지분 매각 결정에 HMM 재매각 주목강석훈 회장 "HMM 지분매각 심각하게 고민"지분가치 14조원 육박···매각가에 인수자 한정적
단 더 높아진 정부 측 지분과 높은 매각가액은 인수자를 찾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8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한화오션 지분 매각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 19.5% 중 약 4.3% 규모가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산업은행 측은 "잔여 지분 처리방안은 향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추후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호황으로 한화오션 주가가 최근 크게 상승한 만큼 산업은행이 향후 나머지 지분도 순차적으로 처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해 말 3만7350원에서 지난 28일 종가기준 8만9300원으로 139.1% 뛰었다. 주가가 상승하며 산업은행의 지분 가치 역시 5조원대로 높아졌다.
한화오션의 경우 공적자금 회수 작업에 돌입했으나 몸값이 더 높아진 HMM의 경우 여전히 산업은행의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더군다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72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에 대해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며 보유 지분을 더 높였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HMM 보유 지분은 기존 33.73%에서 36.02%로, 해양진흥공사는 33.32%에서 35.56%로 확대됐다. 문제는 두 기관이 보유한 지분율이 늘어나며 인수자의 가격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발표한 약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까지 고려하면 HMM의 시가총액은 현재 17조원에서 연말 기준 18조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올해 연말 기준 지분 가치는 1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통상 바이아웃 딜에서 인수금융을 50~70%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에쿼티 투자로만 4조3000억~7조2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SI)는 국내에서는 극소수만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수금융 이자를 연 4%로 가정시 연 3000억~4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지출되며 이는 현재 HMM의 배당정책을 감안했을 때 HMM에게 받는 배당금의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소진하게 된다"면서 "매각가액이 예비 원매자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HMM 보유 지분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 산업은행의 작년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3%를 겨우 넘겼다. 한화오션 지분을 일부 매각하며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HMM 지분매각 전까지는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태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말년 병장이라도 산업은행을 리스크 상황으로 내몰 수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HMM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회장은 오는 6월 초 임기가 만료된다.
이어 강 회장은 "HMM 주가가 2만5000원을 넘어가면 현재 13% 후반의 BIS 비율이 위험해진다"며 "새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문제 해결에는) 1년은 걸릴 텐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회장으로서 고민이 많다. 내가 시작을 해서 빠른 시간 내에 매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 측은 HMM 매각의 경우 구체화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 회장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화두를 던졌고 한화오션 지분 매각으로 인해 HMM 재매각도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 "단 해외 자본에게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인수자는 사실 뻔하다. 산업은행이 적절한 인수자가 나온다면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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