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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법부 신뢰 도마'···SK家 '1.4조 분할' 판결도 재조명

산업 재계

'사법부 신뢰 도마'···SK家 '1.4조 분할' 판결도 재조명

등록 2025.05.08 15:1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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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숙 메모, 진위 감정 없이 핵심 증거 채택" 시민단체, 재판부 저격···'사법 불신' 정서도 감지재계 "法, 비자금 은닉 의혹 등 쟁점 들여다봐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모더레이터로 AI 휴머니티'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모더레이터로 AI 휴머니티'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를 향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가운데 SK그룹 오너일가의 이혼소송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원이 절차적 정당성과 일관성을 외면함으로써 시스템 오류를 드러냈다는 게 비판 여론의 핵심인데, SK가(家) 소송과 관련해서도 1조3800억원 규모 재산분할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과연 합리적이었느냐는 의구심에서다.

시민단체 군사정권 범죄수익 국고 환수 추진 위원회(환수위)는 지난 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을 일련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태우 일가가 이혼소송을 두고 소송사기를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시민단체가 판결의 핵심 증거로 활용된 '김옥숙 메모'의 신뢰성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는 데 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짚어보면 우회적으로 법원을 저격한 셈이어서다.

노소영 관장은 재판 중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보관하던 '300억 메모'를 제시하며 아버지 노태우 씨가 과거 선경(SK)에 300억원을 전달했으니 자신도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산 분할 액수를 1조3808억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그러나 환수위 측은 고발장을 통해 "판결을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허술한 증거물임에도 진위 여부 감정이 없었다"면서 "노태우 일가는 숨겨둔 비자금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는데, 이들의 말과 증거내용은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에 대한 증명은 시기의 일치성이 중요하며, 비자금이 전달됐다면 당시 작성·녹음된 장부나 녹취 같은 게 있어야 한다"며 "'김옥숙 메모'는 언제 쓴 것인지 알 수 없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장부 같은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외부에선 시민단체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사법 체계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해석한다.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재명 후보의 상고심 판결 이후 더욱 선명해졌다.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지 9일 만에 이뤄진 전례 없는 판결이 '법원 역시 중립성을 훼손하고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사실 '김옥숙 메모'를 놓고는 얘기가 많았다. 비자금의 성격·출처 등을 입증할 구체적 물증이 나오지 않았고, 진위 여부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그 몇 장의 자료가 핵심 증거로 채택된 탓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한바탕 설전이 펼쳐졌다. 약속어음만으로는 돈을 주고받았는지 단정할 수 없고, 조성·전달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자금을 재산 형성 기여도 산정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등의 해석이 잇따랐다.

물론 최태원 회장 측은 반박했다. 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고, 해당 어음은 노태우 씨 퇴임 후 활동비를 지원하고자 제공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이렇다보니 재계에선 최종심을 준비하는 대법원이 사회적 신뢰 회복 차원에서 사안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부터 최태원 회장이 내세운 '부부별산제' 원칙에 이르기까지 주요 쟁점을 면밀히 따져본 뒤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최태원 회장 측은 작년 10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민법에 담긴 '부부별산제'를 바탕으로 항소심 판결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이 원칙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것을 고유재산,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며 각자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 회장 측은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 쪽의 특유재산을 부부공동재산으로 취급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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