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비중 신용대출 80%인데···주담대는 10% 안팎주담대 쏠린 포트폴리오···디지털 전환 '반쪽짜리' 지적해외선 '도파민 UX'로 고객경험 혁신···앱 진입장벽 낮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올해 1분기 주담대 모바일 신청 비중은 10% 안팎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의 모바일 비중이 8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주담대는 금액이 워낙 고액이고 서류 절차가 복잡한 탓에 소비자들의 창구 선호도가 높다. 금융당국도 비대면 주담대·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금리 인하 우대 등을 통해 비대면 전환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은 지난 19일까지 업계 최저 수준(연 3.56%)의 금리를 제공하며 주목받았다. 신한은행도 지난 16일부터 비대면으로 접수되는 모든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해 0.1%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은 비대면 주담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대출 금리를 낮추고 비대면 상담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등 경쟁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비대면 비중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주담대 비대면 전환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복잡한 절차를 꼽는다. 거래액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주담대를 개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온라인 신청이 가능해도 실제 대출금 실행 전 서류 제출과 심사 과정에선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절차가 번거롭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담대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 세대까지도 주담대만큼은 영업점 상담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주담대 쏠림 구조 속 겉도는 디지털 전략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쥔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디지털 전환'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올해부터 대면 가입 프로세스 개선, 실시간 우대금리 조건 제안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 강화'를 추진한다. 하나원큐 앱 개편 등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은 오는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도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비대면·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고객접점을 반영한 새로운 고객 전략을 제시하고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면 영업 중심의 주담대를 고려할 때 각 행장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5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이익의 약 90%에 육박하는 이자이익은 대부분은 주담대 등 대출 이자에서 발생한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해 기준 신한은행 75.7%, KB국민은행은 78.0%,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78.1%, 77%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비중은 46.9%였고 이 가운데 82.4%가 주담대였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비중은 2021년 76.3%, 2022년 78.5%, 2023년 81.5% 등 매년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 서울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으로 주담대는 당분간 지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주담대에 쏠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행장들이 내세운 '디지털 전환'은 겉돌 수 밖에 없는 전략인 셈이다.
UX 뜯어고친 해외 핀테크···모바일 앱 자체가 경쟁력
일각에선 은행의 주담대를 디지털 채널로 옮기려면 모바일 앱의 UX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은행들과 달리 해외 주요 금융회사들은 금융, 감정,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모바일 앱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이른바 '도파민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소액송금 앱 벤모(Venmo)는 이모티콘 기능과 송금 즉시 실시간 알림을 통해 사용자의 즉각적인 만족감을 높였다. 영국의 핀테크사인 '클레오(Cleo)'는 AI 챗봇 '머니코치'를 도입해 고객 요청에 따라 냉소적인 '디스 모드'와 낙관적인 '칭찬 모드'로 대화하며 유머를 더했다.
미국의 인터넷은행 차임(Chime)도 절약 미션, 주간 퀴즈 등 게임 요소와 개인화된 피드백으로 젊은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해외 사례는 직관성, 개인화, 실시간 보상 시스템을 강화해 MZ세대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강윤정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해외 핀테크 기업들은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제공해 금융서비스를 차별화하고 고객 경험의 질을 제고했다"며 "다만 유명 핀테크 기업을 단순히 모방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고, 고객에게 금융사의 독창적인 핵심 가치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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