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분기 영업이익 9조 돌파사상 최대 매출·영업익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상회삼성전자 전사 영업익 상반기에만 10조 가량 앞질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연간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뒤이어 올해는 삼성전자의 DS부문 뿐만 아니라 모바일, 가전, TV 등 전 부문의 영업이익 총합도 추월한 것이다.
24일 SK하이닉스 실적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이들의 매출액은 22조2320억원, 영업이익은 9조2129억원이었다.
매출액은 1년 전에 비해 3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8% 늘었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8%포인트(p) 오른 41%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성적은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4분기 실적도 넘어섰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9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며 시장의 기대치도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다. 당초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20조7186억원, 9조648억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시장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이같은 호실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붐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꽉 잡은 덕이 컸다. SK하이닉스는 그중에서도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사로잡으면서 HBM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과 관련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적극 투자하면서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모두 예상을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D램은 HBM3E(HBM 5세대) 12단 판매를 본격 확대하면서 이익이 늘어났고 낸드는 전 응용처에서 판매가 늘어난 효과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9조원 시대를 새롭게 열면서 삼성전자와의 영업이익 격차도 더욱 벌려놓았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DS부문과 영업이익을 두고 경쟁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DS부문, 한 사업 부문만으로도 SK하이닉스 전체 영업이익을 가뿐히 넘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같은 구도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HBM 시장에 대한 양사의 경쟁력 때문이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 발 빠른 대응으로 우위를 점한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초기 시장에서 실기하는 등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작년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는 23조4673억원을 거두며 삼성전자 DS부문(15조1000억원)을 8조3673억원 가량 앞질렀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뿐만 아니라 모바일, TV, 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부문까지 전사 영업이익을 합산한 것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올해 1분기도 SK하이닉스는 7조440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6조6853억원)을 앞질렀다. 올해 2분기의 경우 삼성전자는 아직 확정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잠정실적을 보면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에만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9조9681억원 가량 따돌렸다는 얘기다.
반도체 부문만을 두고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추정치는 4000억~7000억원대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상반기에만 SK하이닉스가 약 15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삼성전자 DS부문보다 더 벌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까지 HBM 시장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해 HBM 시장 성장성에 속도 조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성장 방향성만큼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은 빠르게 성장 중인 AI 시장에서 성능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HBM의 수요 성장세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장은 AI 에이전트, 피지컬 AI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폭발적으로 연산량이 증가할 것이고 HBM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HBM 시장은 성장 초기의 급격한 성장률은 아니더라도 AI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고객들의 풀이 확대되고 있고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출시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높은 성장성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HBM에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의 질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HBM 경쟁 심화 및 가격 하락 관련 우려가 지속 제기되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다만 HBM 시장 내 경쟁구도가 크게 변화할 것이란 가정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원은 "경쟁사 신규 진입, 생산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올해 대비 HBM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소버린 AI 프로젝트 등으로 인한 HBM 전체 시장 규모의 상향은 물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능력, 생산성 모두 가장 앞선 SK하이닉스에 가장 큰 수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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