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혐의 모두 무죄법정 공방 종결, '뉴삼성' 비전 박차 가할 듯경쟁 심화, 관세 등 격변하는 시장 속 리더십 시험대
대법원3부는 17일 오전 11시 15분께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그에게 기소된 자본시장법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기소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작년 2월 열린 1심에서는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받았고 올해 2월 2심도 모두 무죄로 선고됐다.
이날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오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이 회장이 해당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고 2심 선고가 나온 지 5개월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이 회장은 장기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특히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사실상 약 9년 만에 모든 사법 리스크를 떨쳐낼 수 있게 됐다.
이에 이 회장이 보다 경영 활동에 전념하고 '뉴삼성'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올어라운드 플레이어(all-around player)'로 영위하는 사업들에서 리더십을 보여왔다. 남다른 1등 DNA로 업계를 이끌어왔지만 작년부터 위기설에 휩싸였다.
주된 진앙지는 반도체 부문이다. 그중에서도 메모리 부문은 삼성전자가 자타공인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분야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반도체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했고 이는 만년 2등이었던 아우 SK하이닉스에 D램 1위 자리를 넘겨주는 계기가 됐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남다른 두각을 드러내면서 약 33년 만에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긴 것이다.
그 결과는 뼈아팠다. 삼성전자 전사 실적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는 아예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도 넘었다.
비메모리 부문도 부진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글로벌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따라잡고자 했지만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점점 더 벌어지고 있고 수조 원대 적자만 쌓여가고 있다.
모바일,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부터 AI폰으로 변주에 성공하며 갤럭시 S 시리즈의 연이은 흥행 등으로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선전하고 있지만 애플, 중국 기업 등과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개척했던 폴더블폰 시장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3%였다. 여전히 1위를 기록했지만 한때 점유율 80%대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강력한 라이벌인 애플 역시 폴더블 아이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V도 삼성전자가 19년 연속 글로벌 시장 1위를 지켜왔던 분야이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매서운 추격에 쫓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점유율 합산은 28.4%, 중국 TV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점유율은 31.3%였다. 중국 TV 출하량이 한국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 집계한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점유율을 보면 출하량 기준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했지만 전년 동기(점유율 39%) 대비 11%포인트(P) 줄었다. 같은 기간 하이센스는 14%에서 20%로, TCL은 13%에서 19%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삼성전자 자체적인 위기뿐만 아니라 현재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기한 관세 폭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도 올해 2분기 잠정실적에서 반토막난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또한 기업들이 경영 활동 및 투자 위축 등을 이유로 우려해왔던 상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등을 골자로 한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상법 개정안 등 현재 기업들이 넘어야 할 파고들은 아직 많다"면서도 "이재용 회장이 이번 무죄 판결로 인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