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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직원 줄여도 원료값이 99%···석화업계, '마른수건 짜내기' 전쟁

산업 에너지·화학

직원 줄여도 원료값이 99%···석화업계, '마른수건 짜내기' 전쟁

등록 2025.08.28 13:39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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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LG화학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 인원 감소세 두드러져"NCC 370톤 줄여라" 구체적 실행 시기 불확실성이 업계 고민 키워매출원가율 99%···원료비 부담 견디지 못하는 수익 구조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석유화학업계가 불황에 맞서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다. 원료비가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하는 탓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현 시점 선택 가능한 몇 안 되는 카드란 인식에서다. 여기에 정부가 요구한 사업 재편 시한이 임박하면서 하반기 들어 이들의 구조조정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각각 209명, 120명의 인력이 줄었다.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4764명에서 올해 6월 4555명으로, LG화학은 같은 기간 6161명에서 6047명으로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일례로 LG화학은 스페셜티 중심의 생명과학 부문과 첨단소재 부문 인원이 7명과 46명씩 줄었는데, 석유화학 부문에선 120명이나 감소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인력을 조정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말까지 각사별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것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과잉 설비 감축을 위해 NCC(나프타 분해설비) 370만톤 규모의 감축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국내 전체 NCC 용량(1470만톤)의 25%를 줄이는 것으로 울산·여수·대산 등 주요 단지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설비를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실행 시기에 대한 윤곽이 정확하지 않은 점이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제출한 계획을 검토한 뒤 내년 중 종합 패키지 형태로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기업들이 계획안을 빨리 내면 훨씬 더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다. 최대한 늦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LG화학은 최근 대산공장과 여수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의사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년까지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급여 보전과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퇴직위로금은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구조조정보다는 사업 상황에 초점 맞춰 인력 조정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 감축만으로는 원가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구조의 대부분이 원료비에 좌우된다. 실제로 나프타 가격이 기본적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건비·운송비·판매관리비 등을 줄인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구조재편 협약을 맺은 석화업체 9곳(DL케미칼 제외)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98.6%에 달했다. 사실상 매출의 대부분이 원가로 빠져나가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을 직접 건드리지 않는 한 인력 감축은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불황 속에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비용 절감 수단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의 원료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올해 초 톤당 158.2달러에서 지난달 기준 200.9달러로 올랐다. 다만 업계에서는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가 최소 250달러 이상이어야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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