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책은 단기적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불안과 투기 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시장 과열=수요 억제'라는 단순한 공식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누적된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은 지리적 제약과 개발 여건의 한계, 그리고 복잡한 재건축·재개발 절차 때문에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청년층과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입주 가능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시장 불안을 악화시키는 큰 장애물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급 물량만 늘리는 것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2019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5만 가구를 넘어섰지만 그해 집값은 전년 대비 14% 이상 상승했다. 과거에도 공급이 늘어도 가격이 잡히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 점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론'만으로는 서울 집값의 복잡한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본질적인 문제는 투기 심리, 과잉 유동성, 그리고 정책 신뢰의 부재에 있다. 팬데믹 이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주택 시장을 단순한 거주 공간에서 자산 증식 수단으로 변화시켰다.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불안감은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까지 시장에 몰리게 만들었다. 여기에 정책의 일관성 부족까지 겹치면서 시장 신뢰가 떨어졌고 집값 안정은 더욱 요원해졌다.
이번 '10·15 대책'은 분명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규제 조치다. 하지만 공급 문제 해결과 투기 억제, 그리고 실수요자 보호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과거 보수 정부 시절 공급 확대는 구호에 그쳤고 진보 정부는 수요 억제 위주의 규제로 실수요자 부담만 키웠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엘리베이터 정책(정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일관성을 잃는 현상)'은 국민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켰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규제 강화와 공급 확대, 그리고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세 축을 조화롭게 세우는 것이다. 특히 공급은 단순히 '얼마나'가 아니라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고소득층을 위한 고가 아파트가 아니라 청년층·신혼부부·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를 겨냥한 중저가 주택을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전략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135만 가구 공급' 계획은 방향성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급 확대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과 시장이 단기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도와 실행력이 더해져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시장 논리가 아닌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투기 억제, 공급 확대, 그리고 정책 신뢰 회복을 위한 초당적 합의와 정치권의 책임감이 절실하다. 이번 '10·15 대책'이 불가피한 규제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보다 정교하고 지속 가능한 주택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풍선효과와 시장 왜곡이 반복되고 국민은 정책 실패의 대가를 또다시 치르게 될 것이다. 이제는 단기 규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주거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주거 복지의 시작이며 부동산 정책의 '골든타임'을 살리는 길이다.

뉴스웨이 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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