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압구정 현대부터 이어온 강남 고급 주거 헤리티지압구정 2·3·5구역 잇달아 수주···정비사업 시장 존재감 재확인5002가구 '디에이치 클래스트' 연내 분양···상품 경쟁력 강화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로 강남 고급 주거문화의 한 축을 만든 지 반세기 만에 다시 압구정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압구정2구역에 이어 올해 압구정3구역과 5구역까지 잇달아 시공권을 확보하면서다. 압구정 6개 재건축 구역 가운데 절반을 현대건설이 맡게 되면서 과거 '현대아파트'로 상징됐던 주거 헤리티지를 재건축 시장에서도 이어가게 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수주를 넘어 실제 상품으로 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한 5002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압구정에서 수주 경쟁력을 보여준 현대건설이 대규모 하이엔드 주거상품을 통해 브랜드와 상품 경쟁력까지 입증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압구정 현대에서 시작된 '주거 명가'의 역사
현대건설과 압구정의 인연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압구정 일대는 지금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촌이 아니었다. 서울의 중심은 여전히 강북에 있었고 강남은 도시 확장이 본격화되는 단계였다. 정부의 강남 개발 정책과 한강 이남 주거지 확대가 맞물리면서 영동지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지가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현대건설은 이 과정에서 압구정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다. 1975년부터 시작해 1987년까지 단계적으로 들어선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6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당시 국내 주거시장에서 보기 드문 규모였다.
압구정 현대의 의미는 단순히 많은 주택을 공급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넓은 평면과 동간 거리, 녹지공간, 학교와 상가 등을 갖추면서 단지 안에서 생활이 가능한 하나의 주거생활권을 구현했다. 아파트를 단순한 '공동주택'이 아닌 고급 주거상품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자리 잡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대형 중심의 평면과 개방적인 단지 배치, 한강 조망을 고려한 설계 등은 당시 고급 주거를 원하는 수요층의 눈높이를 겨냥했다. 이후 강남의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조경과 커뮤니티, 단지 내 생활편의시설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흐름의 선행 사례로도 평가된다.
압구정 현대가 들어선 이후 압구정은 빠르게 서울의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한남대교와 경부고속도로 등 교통망 확충과 강남 개발이 이어지고 교육·상업시설이 집적되면서 강남의 중심축도 한강 이남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아파트'라는 이름 역시 단순한 시공사 명칭을 넘어섰다. 현대건설이 지은 아파트라는 사실 자체가 품질과 신뢰, 고급 주거를 상징하는 브랜드처럼 받아들여졌다.
현대건설 입장에서 압구정 현대는 주택사업의 대표적인 유산이자 이후 강남 정비사업 경쟁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헤리티지로 남았다.
'현대아파트'에서 '디에이치'로···강남 주거의 기준 바꾼 현대건설
하지만 주택시장의 경쟁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가 재편되고 2000년대 들어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건설사 이름만으로 상품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주택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도 시공사의 신뢰도에서 브랜드와 설계, 조경, 커뮤니티, 주거 서비스 등으로 세분화됐다.
현대건설 역시 변화에 대응했다. 2006년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브랜드 주택시장에 진입했다. '현대아파트'라는 과거의 이름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주거상품을 설명할 브랜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를 통해 전국 주요 주거지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쌓은 현대건설은 한 단계 더 높은 시장을 겨냥했다. 2015년 선보인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그 결과물이다.
디에이치는 일반 브랜드 아파트와 차별화된 최고급 주거상품을 지향했다. 단순히 고급 마감재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관과 조경, 커뮤니티, 주거 서비스 등 단지 전반을 하나의 상품으로 설계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첫 무대는 강남이었다. 반포 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을 통해 선보인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를 시작으로 디에이치 아너힐즈, 디에이치 방배 등 주요 강남 정비사업장에서 브랜드를 확장했다.
특히 강남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단순한 공사비 경쟁보다는 설계와 브랜드, 금융, 사업관리 등을 결합한 종합적인 제안 경쟁력을 앞세웠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실제 사업지에 적용하면서 디에이치의 상품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최근 브랜드 경쟁력도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5일 발표한 2026년 8월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평판에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는 브랜드평판지수 208만1225로 1위를 기록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선두를 차지했으며, 2위 롯데건설 르엘과도 격차를 유지했다.
브랜드평판은 소비자들의 온라인 활동과 미디어·소통·커뮤니티 지표 등을 반영한 수치라는 점에서 실제 주거 만족도나 상품성을 그대로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디에이치가 하이엔드 주거시장에서 현대건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현대건설은 이제 이 같은 브랜드 인지도를 실제 대규모 상품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압구정 수주에서 반포 클래스트까지···'수주 그 다음'을 보여준다
최근 압구정에서 이어진 수주 성과는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전략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압구정2구역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 5월 압구정3구역과 5구역을 잇달아 확보했다. 압구정2구역은 총공사비 2조7489억원, 3구역은 5조5610억원, 5구역은 1조4960억원 규모다. 세 사업을 합친 수주 규모만 약 9조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압구정3구역은 총공사비 5조5610억원으로 단일 도시정비사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아파트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 등을 재건축해 최고 65층, 5175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OWN THE ONE'을 앞세워 기존 압구정 현대의 가치를 미래 주거상품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압구정5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은 DL이앤씨와 경쟁한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양1·2차를 재건축해 최고 68층, 1397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제안했다. 압구정2·3·5구역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압구정 6개 구역 가운데 3곳의 시공권을 확보한 것이다.
수주 성과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경쟁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도시정비사업 연간 수주액 10조원을 돌파했고, 7년 연속 수주 1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12조원 이상 수주와 8년 연속 1위를 목표로 핵심 사업지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주가 곧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합의 선택을 받아 사업권을 확보한 이후에는 실제 단지를 얼마나 높은 완성도로 구현하느냐가 브랜드 가치를 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분양을 앞둔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현대건설에 중요한 사업지다.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지하 5층~지상 35층, 50개동, 총 500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만 1832가구에 달한다. 하반기 서울 분양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대규모 단지에 걸맞게 상품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오페라하우스와 실내 아이스링크,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계획하면서 단지 안에서 여가와 문화, 교육과 운동까지 해결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지향한다.
현대건설은 최근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에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하는 등 스마트건설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엑스블 숄더'를 내장목공사에 적용해 반복 작업에 따른 근로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단지 자체의 상품뿐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도 현대차그룹의 기술 역량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결국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현대건설이 그동안 쌓아온 주택사업 역량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1970년대 압구정 현대를 통해 고급 아파트의 기준을 제시했던 현대건설은 이후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를 통해 브랜드 중심의 주택시장 변화에 대응해왔다. 그리고 이제 압구정2·3·5구역을 통해 과거 자신들이 만든 주거문화의 중심으로 다시 돌아왔다.
수주 측면에서 '압구정 현대'의 헤리티지를 다시 확보했다면, 상품 측면에서는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그 역할을 맡는다.
특히 압구정3구역처럼 기존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과거의 이름을 현재의 브랜드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건설 역시 압구정3구역 수주 당시 "압구정 현대의 가치를 잇는 미래 주거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압구정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단순한 시공사 경쟁을 넘어 브랜드와 설계, 커뮤니티, 스마트 주거기술 등을 둘러싼 상품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에게는 더욱 의미가 크다. 압구정 현대가 과거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상징이었다면,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현재의 현대건설이 가진 상품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단지가 될 수 있어서다.
압구정에서 시작한 '현대'의 주거 역사가 반세기를 지나 다시 압구정으로 돌아온 가운데, 수주로 확보한 존재감을 실제 상품으로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하느냐가 현대건설의 다음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500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한강변 입지와 구반포역·고속터미널 생활권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 우수한 교육환경을 두루 갖춘 강남권 핵심 주거지"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디에이치가 추구하는 최고급 주거상품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편, 향후 정비사업에서도 차별화된 상품과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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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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