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발행량 줄어들면서 희소성 높아져10원짜리 거래 활발
서울시 동대문에 거주하는 학생 B(28)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하철역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발행기에 10원 동전을 넣었지만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B씨는 “거스름돈으로 받아도 쓸 일이 없어 책상서랍에 넣어 두었다가 잃어버리기 십상인데 지하철역에서조차 사용하지 못하면 도대체 어디다 (동전을)써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외면 받는 10원동전 왜?
정부가 제조비용을 아끼기 위해 만든 새 10원 동전이 도입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할 곳이 마땅찮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동전보다 작고 가벼운 신형 10원 동전은 지난 2006년 12월부터 발행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황동을 소재로 한 옛 10원의 발행에 드는 비용이 큰 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옛 10원 동전의 소재 가치는 개당 약 33원으로 화폐 가치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반해 소재를 구리씌움 알루미늄으로 바꾼 새 동전은 제조 단가가 개당 20원 낮아져 연간 40여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금까지 10원 동전은 매년 2억 개나 발행돼 왔지만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온 환수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그렇게나 많이 발행됐던 10원 동전은 어디로 간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10원으로는 살 수 있는 것이 없고 일상생활에서 점점 쓸모가 없어진 탓에 동전 대부분이 책상 서랍이나 저금통 속에 사장돼 유통되지 않은 것이다.
◇정말로 쓸모 없어졌을까?
최근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10원짜리 동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매 물건이 약 150여건 올라오고 있는데, 이는 평소보다 9배 이상 매물이 증가한 것이다.
옥션 관계자에 따르면 1968년 10원 동전은 7만원, 69년 40만원, 70년(황동) 15만원, 70년(적동) 1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1970년 발행된 10원짜리 미사용 동전으로 통화 가치의 약 9만배에 달하는 90만원의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 이 동전은 구리 성분으로 인해 붉은 색을 띠어 ‘적동화’로 불린다. 발행량이 다른 10원에 비해 현저하게 적어 희소성, 인기도면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장롱 밑, 저금통에 희귀동전 있었네
이처럼 일반인들이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일부 현행 주화도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다분하다. 단 조건이 있다. 보존 상태가 좋아야 한다. 시중에서 유통된 동전은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 고가에 거래되는 현행 주화의 대부분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동전들로 수집용 동전은 따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한다. 1998년에 발행된 500원 동전이다. 2012년말 화동양행이 진행한 화폐경매 행사 ‘화동 옥션’에서 현행 주화 중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은 1998년에 발행된 500원 동전이었다. 낙찰가는 103만원. 액면가의 2060배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외환위기(IMF)가 한창이던 1998년에 발행된 500원 동전은 발행량이 현저히 적어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당장 장롱 밑이나 저금통을 뒤져 동전의 발행년도를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액면가의 수백배에 이르는 이러한 동전들이 현재 우리집 저금통 속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박정용 기자 morbidgs@
뉴스웨이 박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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