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합의 이후 증세 가능성 열어둬···복지수요 확대·재정압박 원인
조세재정연구원은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데다 상대적으로 조세부담률이 낮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세입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로, 복지 수요로 커질 수밖에 없는 재정 부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0년 기준 19.3%다. 영국(28.3%), 프랑스(26.3%), 독일(22.1%) 등 유럽 선진국은 물론이고 OECD 평균(24.6%)보다도 낮은 편이다.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복지지출이 2009년 대비 9.5%에서 2050년 21.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소득세와 일반소비세의 비과세·감면을 줄여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들이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세수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방법을 통해 조세제도와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면 재정수입도 확보하고 조세의 공평성·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을 막기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 소득분배 상황 개선에도 조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세수 확대의 이유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증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증세 없이 복지수요 확대와 늘어나는 재정압박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곽만순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길게 봤을 때 증세가 필요하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야 한다”며 “국가부채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더욱 좋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여권의 한 의원도 “공약을 지키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되면 결국 국민들이 더 힘들어진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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