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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감독 “‘코알라’ 통해 현실 속에서 희망 찾는 청춘 되기를”

[인터뷰] 김주환 감독 “‘코알라’ 통해 현실 속에서 희망 찾는 청춘 되기를”

등록 2013.10.30 10:55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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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소박한 영화’란 표현이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겐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봤다. ‘작은 영화’라고 기준을 잡고 들어가자니, 대놓고 제 3자가 ‘상업영화’가 아님을 치부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렇다고 장르적인 부분에서 ‘소박함’을 따지자니 영화 자체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느낌이다. 드라마도, 그렇다고 코미디도 아닌 그냥 ‘재미있는 영화’인데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을 따뜻하지만 촌철살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코알라’의 김주환 감독에게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가 고민스러웠다.

영화 개봉 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주환 감독을 만났다. 사실 김 감독과는 ‘구면’이다. ‘구면’을 넘어서 한 ‘구십면’(90면)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김 감독은 현재 국내 굴지의 영화 투자 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투자지원팀 직원이다. 현직 영화감독들에게는 ‘갑중에 갑’인 위치다. 이 말에 김 감독은 손사래부터 치며 “그냥 월급쟁이 말단 직원일 뿐이다”고 웃는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독특한 이력의 김 감독이 내놓은 ‘코알라’는 거대 영화 투자 배급회사 직원의 치기어린 데뷔작은 절대 아니다. 김 감독은 이미 2009년 단편 ‘헬로’를 통해 자신의 연출력을 시험대에 올렸고, 이듬해 배우 윤승아 그리고 ‘코알라’의 주연 송유하와 함께 장편 ‘굿바이 마이 스마일’로 데뷔했다. 엄연한 기성 감독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여도 된다.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일부 지망생들에겐 시기어린 질투가 쏟아질 수도 있겠다. ‘좋은 회사에서 밀어주지 않았겠나’라고. 김 감독은 “영화 제작은 고스란히 내 일이다. 회사와는 전혀 상관없다”면서 “제작비도 정식 투자 절차를 받았다. 물론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가 아닌 다른 곳이다”고 선을 그었다.

‘코알라’에 대한 구상은 2년 전 쯤부터다. 미래가 불투명한 청춘들의 창업 성공기란 얘기는 사실 김 감독 자신의 얘기란다. 탄탄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자신의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오는 간극을 어떤 식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그는 “넓게 보면 창업이 화두이지 않나”라며 “주변에서 누구나 고민하고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미래에 대한 현실에 대한 부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영화란 문법으로 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해 나갔다”고 전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극중 주인공들은 햄버거 가게를 창업한다. 굳이 ‘햄버거’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 햄버거는 재료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수백 또는 수천가지로 나뉠 수 있다. 지금의 청춘들과 비슷한 모습을 봤단다. 김 감독은 “햄버거란 음식이 참 오묘하다. 재료에 따라 맛도 다 달라지고”라며 “하나에 정착할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이 젊은 청춘들을 햄버거처럼 이 맛도 아니고 저 맛도 아닌 오묘한 물건으로 만드는 것을 조금은 빗대고 싶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실 햄버거에 얽힌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단다. 김 감독은 웃으며 “잘 아시는 분이 내가 영화를 준비하는 것을 알고 당신 가게를 장소로 빌려주셨다. 그곳이 영화 속 등장하는 실제 햄버거 가게다”면서 “그냥 장소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주제에도 맞는 것 같아서 설정한 것이다”며 웃는다.

‘코알라’는 제목처럼 따뜻하고 귀여우며 재미있는 영화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요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갑을 관계’를 대놓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화면 자체의 따뜻함은 눈여겨 볼만 하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김 감독은 “규모 자체가 독립영화다보니 얘기 자체를 그릴 수 있는 방법도 한정적 이었다”면서 “예전부터 현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싶었다. 영화 자체가 현실 도피 수단은 아니지만 현실보다 나은 현실을 담는 게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열하고 삭막한 현실이지만 영화에선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고 말한다.

영화 속 일부 장면에선 다소 과장되고 코믹스럽게 처리한 부분도 많다. 그는 “상황자체를 있는 그대로 찍으면 그건 다큐가 된다”면서 “솔직히 아직 난 초보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내 영화에 가장 맞는 표현 방식이라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잔잔함 속에 파도가 출렁이듯 ‘코알라’는 우리들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영화란 코드 안에서 특유의 재미와 사실적인 표현으로 이끌어 간다. 김 감독의 뚝심이 고스란히 베인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는 “영화 속 결말에 대한 얘기를 주변에서 내게 자주해 주신다”면서 “‘열린 결말’ 구조로 끝을 낸 것은 작지만 ‘희망’이란 단어를 얘기하고 싶었다. ‘죽을 것 같다’고 되 뇌이면 진짜 죽고 싶어진다. 삶이란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근데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란 말이 내가 ‘코알라’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다”고 전했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영화 ‘코알라’와 김주환 감독,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 참 색달랐다. 아니 ‘코알라’가 진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문법의 영화였다. 아니 그 문법이 진짜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김주환 감독이 말하고 있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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