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초 이 전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는 경제계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규제혁파와 기업살리기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금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이는 부작용은 과거 MB정부시절 시장주의를 거스른 결과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MB정부 시절 규제가 오히려 늘어난 것은 MB정부의 ‘시장주의’ 선언을 무색케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설됐거나 강화된 규제는 2261건인 반면 폐지되거나 완화된 규제는 258건에 불과했다. MB정부는 ‘전봇대 뽑기’보다는 오히려 전봇대를 심은 셈이다.
MB정부 시절 과도한 시장개입은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등 두 차례 글로벌 위기 탈출용으로 긍정적으로 활용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시장 교란과 혼란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고환율-저금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단기적으로는 OECD 국가들 중에서는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가 됐고 세계 9번째 무역 1조 달러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 성과일 뿐 내부는 곪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내수 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켰고,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져 현 정부에서 국가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부메랑이 돼 경제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고환율-저금리 정책 고수로 인해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자 MB정부는 반시장주의적 접근법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장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역풍은 여전히 경제계의 목을 짓누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MB 물가지수’로 인위적 물가조정에 나서면서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과 인건비 등 국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 결과를 초래했고,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물가 인상 압력을 받았던 각 산업들이 박근혜 정부들어와 대대적 인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간 잠복해 있던 물가인상 욕구로 상승폭이 늘어나 시장이 받게 되는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에 따른 손실이 누적돼 큰 폭의 물가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억제해 소비자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MB시절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압력을 받았던 정유사를 비롯한 여타 기업들이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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