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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무비게이션] 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등록 2014.03.11 17:49

수정 2014.03.11 17:57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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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기사의 사진

질문 : “당신 기억하는 가장 거대한 것은 무엇인가?” 정답 : “.............”

누군가에겐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難題)다. 그래서 질문은 있지만 정답이 없다.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오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동소이하게 이 대답에 이견을 달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성경’(바이블)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최고의 블록버스터다. 총 39권의 구약과 27권의 신약으로 구성된 총 66권의 이 스토리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거대한 영적 스토리를 담은 한 편의 대서사시다.

이 대서사시를 ‘더 레슬러’ ‘블랙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주목했다. 창세기 6~8장에 등장하는 노아의 얘기, 우리에겐 ‘노아의 방주’로 알려진 부분을 각색했다. 영화 ‘노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얘기를 그린다. 타락한 인간 세계를 멸하기 위한 창조주의 결단 그리고 유일하게 그 계시를 받아 방주를 만드는 노아, 그리고 노아의 방주를 노리는 ‘두발가인’이란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기사의 사진

독특하게도 창세기 속 ‘노아’는 창조주에게 선택을 받은 한 인간으로 명시되지만, 영화 속 노아는 창조주와의 대화(계시)를 통해 방주를 만드는 또 다른 인간으로만 표현된다. 대홍수 이후 노아는 방주 속에서 탄생한 또 다른 생명을 거부한다. 창조주의 선택이 아니란 점을 들어 모든 인간의 ‘멸’만이 뜻이라고 신봉한다. 자칫 성서의 내용을 왜곡하는 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 준 인간 내면의 욕망과 광기에 대한 포커스로 해석을 한다면 노아 역시 성서 속 한 명의 인간으로 본 지극히 정상적인 해석이 될 수도 있다.

감독은 실제 성서 속 ‘노아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 ‘노아’의 전체 뼈대를 찾아냈단다. 대홍수 뒤 왜 노아가 새로운 지상 낙원을 찾았지만 벌거벗은 채 포도주에 취해 아들들에게 심한 말을 퍼부으며 자신을 학대했을까. 이 의문점에서 영화 ‘노아’는 전반기 방주를 만들기까지의 스토리, 그리고 대홍수 뒤 방주 속에 남은 노아 가족들의 얘기로 나뉜다.

 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기사의 사진

영화 ‘노아’는 139분 동안 선과 악, 남자와 여자,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가족과 타인 등 인간 관계에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노아와 두발가인 가운데 누가 선이고 악인지, 남자에게 여자는 무엇이며, 여자에게 남자는 무엇인지, 부모와 자식은 어떤 관계로 맺어져야 하는지, 가족들은 타인으로 맺어진 집단인지 아니면 혈연으로 풀어낼 수 있는 그것인지 말이다.

‘더 레슬러’를 통해 한 없이 나약해졌지만 자신의 삶에 누구보다 강했던 한 레슬러의 삶을 그렸고, ‘블랙스완’을 통해 짙은 욕망에 사로잡힌 한 발레리나의 광기를 조명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지금 것 보지 못했던 거대한 스케일과 오락적인 요소 그리고 자신의 색깔을 결코 잃지 않은 중심을 잡아냈다.

 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기사의 사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짐을 떠 앉은 ‘노아’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무게감을 보였다”는 대런 감독의 말을 증명해 냈다. 얼굴을 뒤덮은 수염 한 올까지 완벽하게 노아로 변신하는 마술을 선보였다. 제니퍼 코넬리는 성경 속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노아의 아내’를 완벽에 가까운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영화 속 등장하는 천지창조의 순간 그리고 실제 크기의 방주, 여기에 대홍수의 압도감은 ‘노아’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도 남는다. 더욱 놀라운 점은 영화 ‘노아’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란 점이다. 139분 동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결이 담겼다. 오는 20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서 ‘노아’는 개봉한다. 20일 이후 성서 영화의 기준이 바뀔 것 같다.

 영화 ‘노아’ 139분 동안 이뤄진 ‘천지창조’ 기사의 사진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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