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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유업계 '중동산 원유'···줄여야 산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유업계 '중동산 원유'···줄여야 산다

등록 2025.07.08 16:00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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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이후 구조적 문제 여전잦아지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파장

reporter
올해 들어 국내 정유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몇 달 전에는 정제마진과 국제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더니 최근에는 중동지역의 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며 위기 대응 부담이 높아진 모습이다.

지난달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시설을 공격했다. 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에 가해진 최대 규모의 공격이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에 미사일로 반격하면서 양국 간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중동 분쟁은 단순한 지역 갈등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산업군에 영향을 미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와 환율, 금값 등이 요동치면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에 연쇄적인 타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기업의 수익성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나 정유산업은 직격타를 피하기 어렵다. 전 세계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다. 중동 지역 내 갈등이 고조되면 단기적으로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원가 및 제품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제품 수요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

사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2년 전부터 이어졌다. 2023년 11월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100여차례 공격하면서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을 야기했고, 지난해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과 유가 변동성이 커진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정유업계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총 원유 수입량은 9554만배럴로, 이 가운데 중동산 원유는 62%(5923만배럴) 수준이다. 이어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아메리카가 2414만배럴, 아시아 769만배럴, 아프리카 393만배럴, 유럽 56만배럴 순이었다.

중동 의존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부분이지만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과거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부터 2003년 이라크 전쟁, 최근 홍해 사태와 이란-이스라엘 전쟁 발발까지 중동 지역 중심으로 수많은 혼란을 겪으며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약 10년 전까지 중동산 의존도가 80%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지만 최근 들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잦아진 만큼 원유 수급 안정화를 위한 공급망 분산은 필수적이다.

원유 수입처가 중동에 집중된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정제 설비상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일단 국내 정유 기업의 설비는 대부분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계됐다. 중동산 원유는 타 지역의 원유와 특성이 달라 이를 효율적으로 정제하기 위해서는 특정 설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원유 제품의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 국내 정유사들은 선뜻 공급 체계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지역의 원유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값싼 것도 한몫한다. 통상적으로 중동산 원유의 운송비는 배럴당 약 2달러 수준이지만 미국산 원유는 약 4달러로 2배에 달한다. 여러 조건을 감안해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중동산 원유가 훨씬 유리하다.

정부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위해 비중동산 원유 수입 시 (중동 지역 원유 대비) 운송비 초과분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효과는 미비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당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려는 것보다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효과적인 수급 전략을 꾀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수익성 부진을 겪은 데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앞으로 시장 환경이 더 악화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공급망 다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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