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세 자릿수 환율 시대’ 임박···산업계 대안 마련 부심자동차·전자·석화업계, 현지 생산 증강·통화 스왑 등으로 대응항공·유통·제약업계, 유류·원자재 수입원가 하락 효과에 ‘반색’
8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7일보다 0.1원 오른 1달러당 1022.6원을 기록했고 원-엔 재정환율은 1.69 떨어진 100엔당 1005.08원을 기록했다. 7일보다는 소폭 오른 수준이지만 달러화 환율은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기록이고 엔화 환율은 1000원대 붕괴가 임박했다.
달러화 환율과 엔화 환율이 동반 약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약세를 보일 경우 가격 경쟁력이 훼손되고 환차손으로 인한 손해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줄게 돼 수익성에 타격이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 시장의 상황은 재계가 연초에 예측했던 손익분기점이 붕괴된 상황이다. 올해 초 전경련이 국내 매출 순위 600대 기업의 기준 환율 방어선을 조사했을 때의 환율 방어선은 1066원이었다.
특히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은 최후의 환율 방어선으로 1050원을 삼았으나 이 마지노선마저도 이미 지난 4월 초 무너졌다.
각 업계는 환율 하락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업종의 상황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환율 등락에 가장 민감한 자동차업계와 전기·전자업계, 석유·화학업계는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해 온 덕에 환율 쇼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기업들은 하반기 사업 계획을 일부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기준 환율을 더욱 보수적으로 잡거나 해외 생산기지의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환율에 가장 민감한 현대·기아차는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유기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환율이 기준 환율(1050원)보다 많이 떨어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을 높이고 환헤지(현재 수준 환율로 수출·수입·투자 거래액을 고정하는 것)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전기·전자업계는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균형적인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신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환율 쇼크에 대비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조직의 활동을 강화하고 외화 부채로 인한 현금 유동성 문제의 도래를 막기 위해 통화스왑 등을 통해 환율 쇼크로 인한 손해에 대응하고 있다.
대다수의 업종이 환율 약세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반대로 환율 약세가 반가운 업종도 있다. 항공업계와 유통·제약업계다.
항공업계의 경우 싼 값에 외화를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 수요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경영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유류비도 환율이 내려갈 경우 같이 내려가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병행수입 상품을 수입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경우 환율 약세가 오히려 반갑다. 수입 상품의 매입가격이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식음료업계와 제약업계도 수입 원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환율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기업의 내성이 어느 정도 생겼고 제조업의 경우 해외 생산 비중이 늘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환율에 대한 영향 수준은 적어졌다”며 “그러나 외부 변수가 워낙 많은 만큼 시장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백현 기자 andrew.j@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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