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비서 중국에 역전···국산 콘텐츠 제작 인력의 해외 유출 ‘심각’
최근 방송 업계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이 우수 제작진 스카우트, 제작사와 공동 제작, 지분투자소유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한국방송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통해 ‘별에서 온 그대’를 제작한 장태유 PD, ‘시크릿가든’의 신우철PD, ‘최고의사랑’을 쓴 홍미란·홍정은 작가 등이 스카우트 됐으며 2000년대 한류를 이끌었던 초록뱀미디어가 중국에 인수된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공동 제작 역시 활성화돼 SBS와 절강위성방송이 국내 방영 중인 ‘런닝맨’을 ‘달려라형제’라는 이름으로 공동 제작한 것부터 팬엔터테인먼트와 절강화책미디어그룹의 ‘킬미 힐미’, 콘텐츠K와 람해화이형제엔터테인먼트의 ‘연애쇼’ 등이 공동 제작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까지 나서 공격적으로 콘텐츠 투자 지원 강화를 꾀하고 있는데 실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2년 ‘중국의 꿈’을 설파하며 문화산업 육성 의지를 천명하고 자국 문화콘텐츠 기업에 막대한 투자 지원을 시작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이후 한류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정부에게도 한국 콘텐츠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이 가속화 됨에도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한중 FTA 타결로 투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진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제작노하우 및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 결국 중국 자본 없이는 드라마를 제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실제 중국 알리바바의 한국 지사장인 황매이잉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임원단 회의에서 SM엔터테인먼트 등을 포함한 한국 콘텐츠 기업 ‘쇼핑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방송제작사들 역시 이미 한국식 대형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제작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어 조만간 한국과 필적하는 콘텐츠 제작역량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구조적으로 중국과 공동제작이 확대되면 제작노하우 유출은 가속화되고 주연배우 출연료와 작가료가 폭등하게 되면서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으니 중국 자본 없이는 드라마 제작조차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한 때 ‘판관 포청천’, ‘꽃보다 남자’ 등을 성공시키며 ‘콘텐츠 강국’으로 군림했던 대만 방송콘텐츠 시장이 중국자본으로 제작 기반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문제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할 수도, 제작 인력의 중국 유출을 막을 수도 없는 현실이며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으나 단기 수익만을 쫓아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다.
특히 우리 정부는 중국으로 콘텐츠를 수출하는 영세사업자를 위한 콘텐츠 전문펀드를 2017년까지 50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나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미미한 수준이다.
아울러 국산 방송콘텐츠를 중국에 내다팔고 싶어도 워낙 해외 콘텐츠에 대한 편성규제와 심의규제가 엄격한데다 최근에는 규제하지 않았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배급되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도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돼 수출길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국내 드라마의 중국에서 성공은 ‘아이치이’, ‘요우쿠투도우’ 등 사이트에 수출한 것이 유명세를 타면서였는데 사전심의를 거쳐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면 정식 릴리즈 이전에 불법 다운로드가 활개를 칠 공산이 높다.
또한 중국은 각 사이트의 연간 해외 드라마 수입량을 전년도 구매한 중국 국산 드라마 총량의 30%를 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은 한국의 방송사에게 드라마 수입액을 현재 편당 28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외드라마쿼터를 더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죽어버린 일본시장의 대안이었던 중국의 한류 바람이 실속 없이 조기에 진화될 위기에 처했다”며 “현재로서는 국산 콘텐츠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중국과의 ‘공동제작’ 형태가 유일한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장이 잠식당해 국내 진정한 의미의 한류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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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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