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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허리’ 사라진 ‘한국영화’···“이유는 여기에 있다”

[NW기획] 지난 해 ‘허리’ 사라진 ‘한국영화’···“이유는 여기에 있다”

등록 2015.04.03 08:50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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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허리’ 사라진 ‘한국영화’···“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사의 사진

이미 매년 3~4월 비수기만 되면 나오는 단어가 ‘위기의 한국영화’다. 성수기 시장 대비 최대 20배 이상까지도 떨어지는 관객 동원력은 시장 자체의 위축과 둔화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위 ‘분노의 질주’와 ‘스물’을 제외한 박스오피스 ‘3~10위’까지의 누적 관객 수가 채 6만을 넘지 못했다. 이는 위기를 넘어 완벽한 양극화가 극심화 됐단 사실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쉽게 말해 ‘머리’와 ‘꼬리’만 있는 끔찍한 기형의 모습이 지금의 한국영화 시장이다. 비수기인 3~4월이 아닌 범위를 넓혀도 이는 비슷하다. 지난 해 무려 4편의 1000만 영화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르네상스란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편중된 시장 상황의 조짐이 보였다. 결국 해가 지날수록 극심화되는 3~4월 비수기의 밑밥을 깔아주는 격이 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선 ‘2015 CGV 영화 산업 미디어 포럼’이 열렸다. 이날 충무로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지난 해 있었던 한국영화 시장의 특징이 언급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내용이 바로 ‘쏠림 현상’이었다.

2014년은 국내 영화 시장의 황금기로 불렸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등 총 네 편의 1000만 영화가 쏟아졌다. 특히 ‘명량’의 경우 누적 관객 수 1761만을 기록하며 국내 개봉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언급됐듯 400만 이상의 이른바 ‘중박 흥행작’은 사라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CGV 측은 “바이럴 마케팅이나 SNS가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관객들의 관람 결정이 빨리 됐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영화 흥행의 극심한 편중 현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신조어 ‘핵노잼’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이 단어의 등장이 영화에 낙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초기 관람 형태가 완전히 벌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결국 ‘머리’(상위권)로만 관객이 몰렸다.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작품에만 쏠림이 커지면서 완벽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드러났다. 이른바 중박 한국영화가 사라지면서 한국영화의 상영 비율까지 흔들렸다. 올해 초 CGV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멀티플렉스의 한국영화 상영 비율은 50.1%로 전년 대비 9.6% 하락했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지만 지난 해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는 충무로의 한국영화 투자 위축으로까지 이어졌다. 2일 열린 CGV 포럼에서도 “지난 해 제작된 한국영화 중 상업영화는 67편 이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18편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해 한국영화 편당 총 제작비가 51.4억 원인데 편당 매출은 51.7억 원이었다. 수익률이 겨우 0.3%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바닥권이란 얘기다.

한 영화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허리’가 없다는 것은 실패 영화가 그 만큼 많았다는 얘기다”면서 “‘허리’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모 아니면 도’란 얘기다. 이런 시장에 돈(투자)이 모이겠나”라고 전했다.

CGV 포럼에서 이른바 ‘중박영화의 실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흥행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 진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영화 잡지 등을 통해 영화 정보를 얻었다면 지금은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단 몇 줄로 해당 영화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화 선택에 대한 취사선택을 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이는 영화 시장의 극심한 양극화를 만들어 냈으며 결론적으로 ‘허리’를 상실한 기형적인 시장이 만들어 지게 된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란 지적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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