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여의도 CGV에선 ‘2015 CGV 영화 산업 미디어 포럼’이 열렸다. 이날 충무로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지난 해 있었던 한국영화 시장의 특징이 언급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내용이 바로 ‘쏠림 현상’이었다.
2014년은 국내 영화 시장의 황금기로 불렸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등 총 네 편의 1000만 영화가 쏟아졌다. 특히 ‘명량’의 경우 누적 관객 수 1761만을 기록하며 국내 개봉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언급됐듯 400만 이상의 이른바 ‘중박 흥행작’은 사라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CGV 측은 “바이럴 마케팅이나 SNS가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관객들의 관람 결정이 빨리 됐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영화 흥행의 극심한 편중 현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신조어 ‘핵노잼’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이 단어의 등장이 영화에 낙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초기 관람 형태가 완전히 벌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결국 ‘머리’(상위권)로만 관객이 몰렸다.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작품에만 쏠림이 커지면서 완벽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드러났다. 이른바 중박 한국영화가 사라지면서 한국영화의 상영 비율까지 흔들렸다. 올해 초 CGV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멀티플렉스의 한국영화 상영 비율은 50.1%로 전년 대비 9.6% 하락했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지만 지난 해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는 충무로의 한국영화 투자 위축으로까지 이어졌다. 2일 열린 CGV 포럼에서도 “지난 해 제작된 한국영화 중 상업영화는 67편 이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18편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해 한국영화 편당 총 제작비가 51.4억 원인데 편당 매출은 51.7억 원이었다. 수익률이 겨우 0.3%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바닥권이란 얘기다.
한 영화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허리’가 없다는 것은 실패 영화가 그 만큼 많았다는 얘기다”면서 “‘허리’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모 아니면 도’란 얘기다. 이런 시장에 돈(투자)이 모이겠나”라고 전했다.
CGV 포럼에서 이른바 ‘중박영화의 실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흥행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 진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영화 잡지 등을 통해 영화 정보를 얻었다면 지금은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단 몇 줄로 해당 영화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화 선택에 대한 취사선택을 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이는 영화 시장의 극심한 양극화를 만들어 냈으며 결론적으로 ‘허리’를 상실한 기형적인 시장이 만들어 지게 된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란 지적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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