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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에서 카드빚까지···빚에 갇힌 청년들

학자금에서 카드빚까지···빚에 갇힌 청년들

등록 2015.05.19 11:58

수정 2015.05.19 12:19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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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 후 3명 중 1명 대출자금 갚지못해

수업 끝나고 매일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는 틈틈이 과외를 했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월세와 생활비로 쓰고, 학자금대출을 갚는 데 사용했습니다. 공부보다 일을 우선해야 했던 저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사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학업이 뒤처졌고 졸업이 임박했을 때 그 흔한 자격증 하나 없었습니다. 제가 갈 직장은 많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구한 직장 역시 계약직이라 낮은 급여는 물론,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할 처지입니다. 2년 차 직장인이 됐지만 아직 학자금대출 원금 1800만원은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남자친구는 결혼을 서두르고 속 모르는 중학생 동생은 용돈만 달라 하고···

청년실업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까. 이제는 사회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야박하고, 정부는 각종 부양책과 친시장 정책으로 대기업만 두둔한다. 게다가 사회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학자금 압박에 시달리며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부채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청춘희년운동본’가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청춘희년운동본부’ 제공청년실업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까. 이제는 사회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야박하고, 정부는 각종 부양책과 친시장 정책으로 대기업만 두둔한다. 게다가 사회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학자금 압박에 시달리며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부채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청춘희년운동본’가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청춘희년운동본부’ 제공



대한민국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고달프다. 오죽하면 ‘청년실신’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합쳐진 이 합성어는 지금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다.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한겨울이고,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 학자금 대출은 이들의 꿈과 희망조차 사치로 만든다. 관련 통계를 보면 이런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실업에 학자금 족쇄=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2%로 1999년 6월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자는 44만5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9000명 늘었다.

여기에는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가 빠져 있고, 아르바이트와 큰 차이가 없는 단순 노동 등이 취업으로 등재됐으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통계청의 1~2월 고용동향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청년층 체감 실업자는 1월 21.8%에서 2월 22.9%로 1.1%포인트 커졌다. 4월 통계 역시 비슷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정부 공식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학자금 대출 연체자는 이에 맞물려 늘고 있다. 든든학자금(취업 후 갚는 학자금)을 대출해 대학을 다닌 졸업생 3명 중 1명은 아직 상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교육연구소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정부학자금 대출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액은 2010년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든든학자금을 대출한 2010학년도부터 2013학년도 졸업자 26만5182명 중 상환을 시작한 인원은 68.3% 수준인 18만1121명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든든학자금제도 도입 이후 줄어야할 일반 학자금 대출자 수는 같은 기간 53만명에서 67만명으로 늘었다. 혜택을 못 받는 대학원생 영향이 큰데, 이 역시 취업난에 대학원을 택한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 노력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저금리 전환대출’을 진행 중이다. 과거 5.8∼7.8% 금리로 받은 대출이 현행 학자금 대출금리인 2.9%로 낮춰준다.

연말정산 시 학자금 대출 상환액에 대한 특별세액을 공제(15%)하는 법안도 나왔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빚 있고 돈 없어서 결혼 못해=직장이 있다고 해도 청년층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다수가 근무하는 중소기업 연봉 수준을 집값과 전셋값과 비교하면 결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형국이다. 물론 학자금과 생활비로 빚에 갇힌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국내기업 404개사를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입들의 평균 연봉은 2490만원으로 지난해 2580만원보다 3.5% 줄었다. 대기업보다 1년에 1283만원이나 덜 받는 것으로, 지난해 격차 역시 1127만원보다 더 벌어졌다.

반면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의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다세대·연립주택 전셋값은 2011년 같은 기간보다 46%나 상승했다. 전용 ㎡당 311만원에 이른다.

서울 평균 아파트가격이 5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집을 사는 건 ‘언감생신’. 66㎡대(20평) 연립에 전세로 들어가는 것조차 2억원은 있어야 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층의 결혼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자금을 마련하거나 하는 등으로 결혼을 미룬 결과 초혼 나이가 남자는 32.4세, 여자는 29.8세로 1995년 이후 4세나 늘었다.

청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모임인 ‘청춘희년운동본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등록금 수준이 4번째로 높지만, 취업률은 턱없이 낮다. 부채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학자금 대출 연체자의 장기 부실채권 소각 등 방식으로 최소한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연구원 교수는 “현실 맞춤형 대안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청년고용을 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며 “전 계층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경제 동력인 청년층이 무너지면 회복은 더 어렵다. 임금피크제 등 일자리나누기로 고용의 질과 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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