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는 돈의 흐름에 따라 그 힘이 좌지우지되는 곳이다. 돈과 지분이 있는 자가 이 사회에서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없는 자는 철저히 무시당한다. 때문에 합법적인 수단과 목적을 갖췄다면 기업 간 자본 공격을 강제로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공격의 도가 지나치거나 회사를 지켜야 할 목적이 있다면 어느 정도 상식의 선에서 경영권을 수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초다수결의제와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주식 발행 등의 경영권 방어 정책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소버린 사태나 엘리엇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들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상법 개정을 통한 관련 제도 도입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실제 도입에는 실패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편협한 시각 때문이다.
야당과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시민단체는 앞서 언급된 경영권 방어 정책이 대기업 오너 일가 등 특정 자본을 비호하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관련 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그들의 입장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 정책은 그들의 입장처럼 나쁘지만은 않다. 평상시에는 경영권 안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비상시에는 무차별적 M&A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만약 M&A에 대한 방어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토종 기업이 외국 자본에 의해 무방비하게 유린당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지배력을 스스로 키우지 못한 기업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관련 정책을 법제화하지 않은 정치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우리 국민의 손으로 키워낸 기업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일부 정치인들의 눈에는 대기업이 아니꼽게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들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임무 아닌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자신들의 입으로 ‘경제정당’이 되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그들의 행태를 가만히 보면 경제정당이 아니라 ‘경제활동 방해정당’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정치권은 기업에게만 기업 수호의 책임을 씌우려 하지 말고 우리의 기업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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