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미지급 논란’ 스베누 대표 “중간관리회사가 70억원 횡령”

18억원 부당이익 편취 및 53억원 대금 횡령 의혹 제기

”성실히 채무 변제 이행 중···땡처리도 본사와 무관”

황효진 스베누 대표가 2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e-mail]

납품업체 대금 미지급으로 소송에 휘말린 스베누의 황효진 대표가 중간관리업체인 ‘하이키’를 지목하며 횡령과 부당이익 편취 의혹을 제기했다.

황 대표는 20일 마포구 창전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방송을 통해 불거진 납품업체 대금 미지급, 땡처리 판매 등의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황 대표는 “스베누는 신발을 기획하고 판매하고 있으며 부산 완제공장에서는 신발 생산을 하고 있다”며 “두 주체 사이에 중간관리업체 하이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키는 스베누와 생산공장 사이에서 생산관리 일체를 관리하는 에이전시로, 완제공장은 각 부문별로 하도급 계약을 거쳐 완성된 제품을 하이키에 제공하고, 하이키는 중간수수료를 받고 신발 제품을 스베누에 공급하는 식으로 일해왔다.

하이키는 스베누로부터 200억원에 달하는 신발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황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까지 108억원을, 그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추가로 92억여원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스베누는 일부 대금을 제때에 주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

황 대표는 “하이키와 상호간의 미결 금액에 대한 합의를 했고 이에 대한 공정증서를 작성했다”며 하이키와의 물품대급지급요청서 내용증명서와 채무변제 계약공정증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4월 1일 작성된 내용증명 서류에 따르면 하이키가 스베누에 공급한 신발의 총 공급액은 288억원이다. 이 중 스베누가 결제를 완료한 것은 181억원이기 때문에 미지급액은 107원이다. 이어 양사는 4월 10일에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총 107억원 가량의 채무액을 8회에 걸쳐 상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스베누는 2015년 4월부터 8월까지 채무 입금을 진행했고 9월에는 금융추심을 진행해 총 80억7300만원의 채무를 변제했다. 이에 따라 남은 미지급액은 하이키의 주장과 달리 27억원 규모라는 것이 스베누 측의 주장이다. 스베누는 지난해 9월부터는 중간관리업체 없이 공장과 직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황 대표는 하이키가 납품대금을 속이고 일부 대금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황대표는 “하이키가 실제 생산 공장으로부터 받은 원가 채산서를 받아보니 스베누에 제시한 원가 채산서와 적게는 1족당 100원에서 많게는 5000원까지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S라인 태극 제품을 예로 들었다. 하이키가 제공한 태극 원가 채산서에 따르면 이 제품의 공장생산가는 2만7800원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실제 생산공장에서 제시한 원가채산서에 따르면 공장생산가는 2만3983원이었다. 1족당 3813원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같은 사문서 조작을 통해 하이키가 태극을 통해 총 5억3000만원 정도의 부당 이익을 편취했다는 것이 스베누 측의 주장이다. 황 대표는 “하이키는 이처럼 원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2013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총 18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편취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스베누가 지급한 약 269억원의 물품대금 중 약 53억원 이상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황 대표는 주장했다.

황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스베누가 물품 대금으로 공장에 지급한 총액은 270억원 규모고 하이키의 정상이익(추정)은 18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수령했어야 할 금액은 233억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장이 수령한 금액을 추정해보니 53억원이 부족한 18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부산공장 대표이사는 “입금내역을 확인해보니 ㄴ스베누가 하이키에 대금을 납부한 것을 확인했지만 우리는 거래를 시작한 2014년 10월부터 하이키에서 약속한 100% 대금을 월별로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즉 하이키에서 스베누에서 받은 대금을 모두 공장에 나눠주지 않았다는 반증이 될 것”이라고 황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또 황 대표는 논란이 일었단 땡처리 매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본사와는 무관한 일로 대부분 하이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땡처리 매장은 결코 스베누 본사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매장에서 판매하던 실제 상자 사진을 보니 택배 송장이 붙어있거나 하이키 소속 박 모 실장의 이름이 있는 박스도 있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아울렛 등에서 판매 부진 제품을 특가판매를 하듯이 스베누도 지정한 곳에서만 판매할 것을 약속한 계약으로 진행한 특가판매 매장이 한 곳 있다”며 “이곳에 출시 기간이 지난 일부 제품을 공급했는데 그가 계약을 어기고 대구 가맹점 근처에서까지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 대표는 또 온라인상에서 염가판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의 경우 판매자명을 확인해보니 Y사로 이 회사가 하이키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며 내용증명 서류도 공개했다.

황 대표는 “매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이나 기타 판매 채널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한 곳이라도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이 발견되면 즉각 문제제기를 해서 판매가격을 유지해왔다”며 “스베누 매장에서 매출이 많아지면 점주뿐만 아니라 본사에도 이득인데, 가격을 붕괴시킬 이유가 스베누에게는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베누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국 스베누 가맹점주 30여명과 부산공장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점주들은 ‘스베누 전국 대리점 연합’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그러던 중 회장과 일부 가맹점주가 나머지 가맹점주와 어떤 공지나 의견 수렴 없이 본사와 소송을 진행했고 방송사에 제보해 전체 가맹점의 입장인양 방송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국 전체 대리점은 58개로 하이키 측과 함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맹점이 14개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 대표로 나선 한 점주는 “방송 이후 스베누 매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까지 비난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스베누 전국 가맹점은 매출이 거의 전무한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하이키와 일부 공장이 본사를 배제하고 본인들의 편에 선 매장들에 신제품을 공급하고, 검증되지 않은 말로 점주들을 본인들의 편에 서도록 회유했다고 한다”며 “잘잘못을 소송으로 따지는 건 순리이므로 소송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이렇게까지 이미지를 추락시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사가 잘했다고 편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고 부실한 경영과 하이키를 관리감독하지 못해 이 상황까지 온 것에 울분을 참기 힘들다”면서도 “공정하게 사실만 보고 기사화해주고 공장 직원, 대표, 가맹점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서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기도에서 스베누 가맹점을 운영중인 한 점주는 ”하이키와 연결된 게 14개 매장은 현재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금액 중 마진 일부를 본사에 줘야 하는데 이 판매 이익금을 본사에 입금하지 않고 있다”며 “가맹 취소시 포기해야 하는 보증금을 넘어서는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성실하게 영업하고 있는 사람들을 영업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일방적인 주장을 방송에 낸 이유를 같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된다”고 역설했다.

황 대표는 “패션업계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전문가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며 “생산공장과의 이전 채무는 현재 협의된 내용에 따라 충실히 상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제품의 생산을 계속해 부산공장이 꾸준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불량제품에 대해서도 교환 및 환불을 즉시 실시해온 AS정책은 변함없이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베누는 향후 중국, 홍콩의 오프라인 매장 6개를 기반으로 수출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또 올해부터는 고객이 원하는 이니셜과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커스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한다.

황 대표는 “근간에 펼쳐진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올바르고 합리적인 경영을 하는 대표이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정혜인 기자 h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