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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vs민주화’ 경제 이분법 고착화···멈춰선 국회

‘활성화vs민주화’ 경제 이분법 고착화···멈춰선 국회

등록 2016.03.02 08:54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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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들어 與 경제활성화, 野 경제민주화 역점팽팽한 대치 속 쟁점법안 하나 처리도 쉽지 않아여론 피로만 누적···“정립 아닌 양립 필요한 시점”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모습(위). '경제민주화의 아버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영입한 더불어 민주당(아래)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모습(위). '경제민주화의 아버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영입한 더불어 민주당(아래)

지난 대선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는 경제 정책의 기조를 둘러싼 무수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여야 각 당은 전문가들을 초빙하고 수차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경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국은 진영 논리에 따라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구도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책적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회는 좀처럼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식물국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작동을 멈췄다.

◇與 경제활성화, 野 경제민주화···뚜렷이 갈렸다
상대적으로 먼저 등장한 개념은 경제민주화다.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 등 당초 헌법에 명시돼 있던 내용이지만 18대 대선 정국에서 바람을 타고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경제 주체 간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는 당초 야권의 의제가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오히려 주도권은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이 잡았다. 야당이 방심한 틈을 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라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하는 데 성공, 대선 승리의 발판을 놨다.

반면 의제를 한 차례 뺏긴 야당은 이후 각종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며 집중공세를 펼쳤음에도 주도권을 되찾아오지 못했고,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집권당이 된 여당은 기조를 완전히 틀었다. 만성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양을 위한 방안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사라지고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관광진흥법, 국제의료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여야의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험난한 협상을 거쳐 하나씩 처리가 됐다. 그나마도 서비스법은 여전히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여당이 포기하고 떠난 경제민주화를 다시 꺼내들고 맞서는 모양새다. 각 경제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저마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쏟아내며 여당을 압박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이 그들이다. 아울러 당내에는 ‘을지로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장을 직접 찾아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프레임’에 갇힌 정치권
이처럼 여야가 경제 기조를 놓고 뚜렷하게 갈리면서 법안을 둘러싼 협상 자체가 난항의 연속을 거듭했다.

여야는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10개월이 다 돼가는 동안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정부의 역점 과제인 노동개혁 법안의 처리 과정에 적잖은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연계됐기 때문에서다. 이에 야당에서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여야 지도부가 단계별로 협상을 벌이고 결렬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정기국회에 들어서 각종 크고 작은 사안들과 결부되며 갈수록 증폭됐다. 새해 예산안을 비롯해 선거구획정, 특정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 등이 협상 테이블에 쉼 없이 오르면서 여야의 대치를 불러왔다.

여야가 국정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탓도 크지만 기본적으로 양측의 경제정책 기조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소위 회의 한 번이 순조롭게 열린 기억이 없다”며 “의원들도 갈수록 협상 의욕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고 털어놨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는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고, 예산결산 논의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는 경제활성화 및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촘촘히 엮여 있었다.

그렇게 최근 1년 동안 여야가 각기 자신들의 기조를 내려놓지 못하고 다툰 결과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법안 발의 수는 많았으나 논의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폐기하는 법안이 1만건이 넘었으며, 가결율은 15%를 채 넘지 못했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 모두 필요한 것들임에도 국민 여론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되다 보니 여론의 피로도만 높였다는 지적이다. 논의의 여지가 없지 않았음에도 여야는 ‘주고 받는’ 협상을 이어가지 못했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다 양측 모두 아무 성과도 없이 돌아서는 경우가 흔했다.

◇‘두 마리 토끼’ 모두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가 상호 균형을 이루는 것이 경제 발전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느 한 기조가 더 우월하거나 필요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 정책 결정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없이는 경제활성화도 없다”며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신년인사회에서도 공정한 자원배분과 시장의 공정성 회복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근 서강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수레의 양 바퀴와 같은 것”이라며 “한쪽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정책은 정립(鼎立)이 아니라 양립(兩立)”이라며 “한 번 세운 정책은 솥가마처럼 정지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수레와 같아 한쪽 바퀴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 바퀴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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