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과 낮은 소득증가율···가계지갑 얇아져청년층 소득 뒷걸음···청년실업률·비정규직 증가 원인
가계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빚은 늘고 소득은 적게 늘어나는 반면 식탁물가는 치솟고 있어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내수활력의 주체가 돼야 할 가계의 지갑 사정을 개선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 소비만 유도하는 부양책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64.3%로 1995년과 비교해 5.3%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연말 잔액은 144.2%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에서 정부, 기업, 가계 중 가계가 차지하는 몫이 줄었고, 가계가 진 빚이 운용가능한 여유자금의 1.4배를 넘는다는 의미다.
급증한 가계부채와 낮은 소득증가율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청년실업률과 비정규직의 팽창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916조원 수준이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1년부터 8.7%, 5.2%, 5.7%, 6.2%, 11.2%다. 같은 기간 실질임금 증가율은 -2.9%, 3.1%, 2.5%, 1.3%, 2.7%다.
최근 5년간 실질임금 증가율은 평균 1.34%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평균은 2.96%다. 임금인상이 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를 성장시킨 근로자들이 경제를 성장시킨 만큼의 임금인상을 보답으로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체 가계 소득증가율을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1.6%증가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득은 0.9%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청년층인 20~30대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0.6%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3년 7.3%의 소득증가율을 보였지만 이듬해 0.7%로 급격히 쪼그라들더니 지난해 결국 뒷걸음질 쳤다. 소득이 줄어든 연령대는 20~30대가 유일하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로 역대 최고수준으로 올랐고,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청년층 비정규직 비중은 64%로 8년 전보다 10%포인트 급증했다.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수준이지만 정작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아 가계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1.3% 올랐지만, 양파 등 농축수산물은 5.6%, 시내버스요금 등 서비스물가는 2.4% 상승했다. 대표적인 장바구니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9.7%나 증가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와 소비감소가 경기부진을 심화하면서 경기침체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으로 적자가구 소득여건을 개선하고, 가계수지 부실로 인한 국내 경제활력 저하 우려에 대한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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