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개혁도, 미니부양책도 모두 재탕 무색무취100일···오락가락 발어 ‘도마’
유일호 경제팀이 출범한지 100일이 됐다.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에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취임 전부터 제기된 ‘무색무취’ 평가가 계속된 가운데 여러 난관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취임 100일을 맞아 산업개혁을 꺼내들었지만, 이마저도 이전 정부부터 꾸준히 추진돼 온 사안이라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슈로 경제정책의 연속성이나 경기부양책을 과감히 꺼내들기 힘들었던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경제상황을 낙관하거나 갈지(之)자 발언이 이어져 시장과의 소통 부문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 취임 100일 ‘산업개혁’ 꺼냈지만···역시 ‘재탕’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4대 구조개혁에 산업개혁을 더한 ‘4+1’ 아젠다를 제시했다. 산업개혁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신산업을 더한 개념이다. 사물인터넷(IoT), 원격의료, 핀테크 등이 꼽힌다.
유 부총리는 “신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이기 때문에 세제·재정을 통한 투자위험 분담이 필요하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이전 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돼 온 것들이다. 참여정부와 MB정부 시절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이나 22개 신성장 동력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구조개혁에 예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으며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왔던 품목을 재사용한 ‘산업개혁’이라는 숟가락을 하나 얹은 셈이다.
재탕정책에 대한 비판은 이번만이 아니다. 취임 직후 2월에 선보였던 미니부양책도 직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재탕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 전 부총리가 사용하던 개별소비세 인하와 재정조기집행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부터 취임 100일까지···경제도, 부총리도 그대로
유 부총리의 취임 직후에는 각종 현안이 뒤얽혀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학자이자 정치인 경력을 갖춘 새로운 경제수장에 대한 기대도 컸다. 100일이 지난 지금, 결과부터 말하면 경제상황과 유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연초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역성장이 개선되지 않았고, 심지어 사상 최장기 기록을 매달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사실상 사상 최고치였고, 올해 2월, 3월에는 두 달 연속 10%대를 기록했다. 1분기 동안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고, 디플레이션 우려는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취임 초기부터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저돌적이었던 최경환 전 부총리와 비교되면서 유 부총리 본연의 색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익명의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력은 한 거 같은데, 경제도, 부총리도 (취임 전과)그대로다”고 평가했다.
◇갈지(之)자 발언에 시장만 ‘들썩’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의 발언은 매번 기사화되면서 향후 정책방향 등을 예단하는 시그널로 인식된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경제지표를 두고 며칠 간격으로 발언이 엇갈리면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습도 연출됐다.
2월에는 수출부진이 우리경제에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언급했다가 열흘 만에 수출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3월 초 경제지표를 보면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지만, 한 달 만에 경제상황은 여전히 어려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추경 편성과 관련된 발언은 때마다 해석이 달리 됐다.
최근에는 G20 회의에 참석해 특정 기업을 지목하면서까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긴급성을 피력했다. 이후 증권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전날보다 8%이상 급락했다. 이날 주무부처인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자처하고 유 부총리 발언을 진화해야 했다. 이튿날 유 부총리는 해당 발언은 김 장관의 말처럼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발언강도를 낮췄다.
◇향후 남은 과제도 취임 때와 ‘똑같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지휘 아래 1분기를 보낸 우리경제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취임하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수부진, 구조개혁, 가계부채, 경제활력 제고, 잠재성장률 하락, 수출 정상궤도 안착 등이 굵직한 과제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내년에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로 올해보다 정책동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경제가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부진이 첫 번째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력산업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가운데, 산업구조 자체가 한계에 직면한 것도 한 몫 했다.
유 부총리도 우리경제 해법의 첫 단추를 산업 구조조정에 맞췄다.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대 구조개혁에 산업개혁을 더하면서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 부총리에 대한 100일 평가와 달리 기업 구조조정에 무게를 두는 방향에 동의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구조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동력 분야 기업투자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기업성장에 필요한 기능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부진의 원인이 낮아진 성장잠재력 때문이라면 부양을 통해 성장을 끌어올리기보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경제실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hsc329@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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