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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희생만 강요하는 악덕정부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 희생만 강요하는 악덕정부

등록 2016.09.05 13:3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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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진그룹 향해 “담보 내놓으면 추가 대출 검토”지원 동력 잃은 벼랑 끝 기업에 일방적 희생만 강요‘공짜 점심’ 논리 펴기 전에 정부 당국자 반성이 먼저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체제에 돌입하면서 국내외 해상 물류 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이 사태를 중재하고 정상화 지원에 나서야 할 정부가 엉뚱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이 기업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일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됐다. 법원 측은 한진해운의 청산보다는 회생에 무게를 둔다는 쪽으로 기업회생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최근 행보는 법원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살리고자 한다면 스스로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화물 하역 자금 조달을 위해 한진그룹이 담보 대출을 요청할 경우 자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정했다. 쉽게 말해 한진해운의 회생 지원을 조건으로 한진그룹 측에 추가 희생을 요구한 셈이다. 원초적 지원은 애초에 없었다.

한진그룹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다 그룹 차원에서 담보로 내놓을 만한 자산도 딱히 없다. 가장 황당한 것은 정부가 일련의 사태를 잘 해결하겠다고 말만 늘어놓을 뿐 실제로는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처럼 엉뚱하게 협박만 하고 헛물만 켜는 사이 ‘한진해운 사태’의 반사이익은 해외 선사들이 누리고 있다.

국내 선사를 통해 물류 이동이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국내 기업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선적과 하역이 늦어져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그 손실은 수출업체가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모든 일을 그르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마땅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오로지 기업에게만 희생의 짐을 지우려 하는 모습은 비단 해운업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과 정상화 과정에서도 정부는 ‘기업이 자구적 희생을 통해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해온 바 있다.

기업이 스스로 물을 엎질러서 판을 망가뜨렸다면 기업이 스스로 난국을 수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볼 때 맞는 일이다. 그러나 수습 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주변 업계를 진정시키고 중재안이나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구조조정 당국은 시종일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의 관계자는 “언제는 정부가 기업에게 공짜 점심을 후하게 사줬던 것처럼 말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우리나라처럼 기업에 대해 지원이 야박한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벼랑 끝에 몰려있는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옆구리를 찌르고 있으니 해도 해도 너무한 정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기업 정상화 작업은 업계 상황에 훤한 사람이 나서도 시원치 않은데 선무당 같은 정부와 금융계 인사들이 좌지우지하려 하니 일이 잘 될 리 없다”면서 “정부가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은 사라진채 기업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현재의 분위기라면 어떤 기업도 대한민국에서 편히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기업이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지원을 해준 뒤 기업에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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