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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립서비스 말고 실체 있는 대책 내놔라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정부, 립서비스 말고 실체 있는 대책 내놔라

등록 2016.09.01 16:35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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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가람 기자사진=장가람 기자

한진해운이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정부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운산업 쇠락을 막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의 조치에 해운업계는 실체 없는 ‘알짜자산’을 거론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과 본사 등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벌이고 있다. 법원은 청산이나 파산이 아닌 회생을 우선시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지만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한진해운 청산을 염두에 둔 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31일 정부와 금융당국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수출 물류 대란과 금융시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운항이 중단된 한진해운 노선에는 현대상선 대체 선박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해운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토록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우량자산으로 판단하는 것은 인력과 네트워크, 선박 등이다. 이 중 선박은 현실적으로 가장 우량한 유형의 자산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중 인수가 가능한 선박(사선)은 37척 정도다. 문제는 대부분 노후 선박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진해운의 사선 전량은 선박금융을 통해 매입한 것이라 은행 빚을 갚기 위해 팔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이 선박들을 인수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대부분 용선주들에게 압류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용선에 대해서도 용선료 조정 수준(27%)를 넘지 않는 선박들을 선주들과 협의해 현대상선이 인수토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지원이 불가피하다.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에 성공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비율도 300%에 이른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은 불가 결정을 내리고 현대상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산업은행에 대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우량 자산으로 꼽힌 네트워크도 실상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우량 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말하는 네트워크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한진해운 인력을 모두 인수하지 않는 한 네트워크 복원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추가적으로 해외법인이 우량자산으로 꼽힐 순 있겠지만 이는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대상선이 해외법인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한진해운에 남은 자산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와 1000억 규모의 항만 및 항로운영권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운업계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것은 단순 정부의 희망사항인 것이다. 알짜 자산이 있었다면 한진해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알짜자산을 ㈜한진에 의도적으로 매각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는 채권단의 책임회피성 주장에 불과하다. ㈜한진은 신항만 지분과 평택터미널 지분을 인수, 아시아 역내 노선 영업권 일부와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을 통해 2351억원을 지원했다. 한진칼도 한진해운의 미국과 EU, 아시아 등의 상표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총1857억원을 지원했다. 모두 채권단의 동의 하에 이뤄진 거래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동의해 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해운업계는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해 발생하는 해운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국내 1위 선사의 한진해운을 침몰로 이끌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채권단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뒤부터 부산항만과 관련 업계는 패닉 상태”라며 “해외 선진국의 경우 해운산업이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를 높게 보고 정부 차원에서 금융 지원, 채무 지급보증, 처리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국 해운선사들을 적극 지원하는 반면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자기 모순에 빠져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을 중단하면서 준비돼 있다던 이후 시나리오는 없이 현대상선을 통한 대체 항로 몇개 투입 정도의 단기적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지금 정부와 금융당국이 피해 최소화를 위한다며 제시한 방안은 누구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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