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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주도형’으로 경제틀 바꾸자

[내수가 답이다]‘내수주도형’으로 경제틀 바꾸자

등록 2016.11.08 08:36

수정 2016.11.08 14:13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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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강국 한국’ 수출부진에 경제도 휘청정부의 땜질식 단기 부양책에 멍든 내수견고한 내수가 향후 경제성장 주축돼야

‘내수주도형’으로 경제틀 바꾸자 기사의 사진

우리 경제가 휘청거린다. 그렇잖아도 세계경제 위축과 저유가, 중국의 본격적인 중속 성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와중에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작용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제위축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한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의 수출 부진으로 ‘수출강국’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 그간 수출부문에 공을 들여왔지만, 최근 성적은 성장률마저 꺾이면서 실망스러운 모습 뿐이다. 오히려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는 외끌이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같은 일시적인 소비 침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소비시장은 점차 성숙해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서민물가 상승, 소득 양극화 등으로 내수의 기초체력은 약해져 있다. 민간소비 위축으로 인한 연평균 손실액은 8조원에 달하고, 내수가 균형을 갖추면 잠재성장률이 0.4%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견고한 내수를 주도함으로써 탄탄한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 정부의 땜질 정책에 피멍 든 내수
‘외끌이 성장’은 우리경제 성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구조적 문제점이었다. 내수보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수출 역성장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8월을 제외하고 지난해 1월부터 우리나라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과 달리 내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나 지난해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추모분위기나 돌발적인 리스크에 휘청거렸던 적은 분명히 있다. 이러한 악재를 제외하면 꾸준히 우리나라 성장을 지지했던 부문이다. 올해 3분기에도 내수가 1.3%포인트 끌어올리면서 사실상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1분기를 제외하면 지난해 3분기부터 1%대를 모두 웃돌았다. ‘내수 외끌이 성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2014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순수출 및 내수 성장기여도(전기대비, %p)2014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순수출 및 내수 성장기여도(전기대비, %p)

반면, 수출은 올해 1분기를 제외하고 2014년 3분기부터 우리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던 수출은 ‘효자’에서 ‘못난이’로 전락한 것이다. 올해 3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6%포인트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실물경제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에 좀 더 많은 힘을 쏟은 경향이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아먹은 만큼 보답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수 대응책은, 특히 민간소비 부문에 대한 대책은 단기적인 부양책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이어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주도의 단기적 할인대책은 소비절벽이라는 부작용도 동시에 불러왔다.

우리나라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내수부문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에 멍이 든 것이다.

◇ 내수를 키우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1.3%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48.3%로 낮아졌다. 미국은 68.4%로 우리나라보다 20%포인트나 높다. 영국 64.7%, 일본 60.7%, 독일 53.9%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이 비중이 우리나라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 심지어 독일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내수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평균 1%를 웃돈다.

이는 고령자의 일자리 유지기간을 늘려 소득양극화를 완화하고, 복지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재정건전성의 선순환 구조를 달성했기에 가능했다. 독일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달성하고, 복지 포퓰리즘을 줄이는 동시에 복지체계를 확립했기 때문에 복지지출 규모 확대에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다. 정부정책의 높은 신뢰도가 배경이 된 것은 기본이다. 탄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견고한 내수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쪼그라든 내수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잠재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가 위축돼 민간소비가 장기균형점을 하회하고 있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민간소비 위축 규모는 연평균 8조원을 넘는다. 장기 균형 수준만큼 내수가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25조원의 부가가치가 더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도 0.4%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내수침체의 원인을 가계부채, 세금 및 4대 보험 증가, 전세 등 주거비 상승 등으로 인한 민간의 소비여력 약화를 이유로 들었다. 또한 기업과 가계의 소득분배 구조 악화와 가계소득 분배구조의 양극화가 심화돼 소비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분배구조 개선 및 계층상승 사다리 강화를 통해 중산층을 재건해 핵심 소비계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완화 등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의 규제 완화와 핵심 부품소재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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