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기업매출 줄자 지출 줄여57개월째 무역수지 흑자도 불황형 흑자
한국경제가 이와 비슷한 불황형 흑자에 빠졌다. 가계와 기업, 정부의 이익이 모두 건강하지 않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적자가구비율은 2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분기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적자가구는 가처분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가구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 적자를 기록한 가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가 쪼그라드는 최근 경기상황에서는 반길 수 없다.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 매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상황은 가계가 소비를 억누를 수밖에 없다.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25분기째 확장 국면이다. 현정부 들어 가계부채 대출자 1인당 평균 부채금액은 24% 가량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6년 52.7%에서 지난해 90%로 치솟았다. 그러나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6년 12%에서 올 2분기 0.9%로 급감했다. 청년실업률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식탁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에 상장된 511개사(금융업 제외)의 연결재무제표 분석 결과, 이들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9% 줄었지만, 순이익은 10.79% 증가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구조조정 등의 지출을 줄여 이익을 남긴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수지 흑자는 57개월째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무역부문에서도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상황은 지난해부터 더욱 심각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적자를 기록한 이후 400억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수출 역성장이 본격화된 지난해 902억 달러로 급증했다. 전년(471억 달러)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올해도 10월 현재까지 749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증가가 아닌 내수부진에 의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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