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억달러 규모 스왑 계약 10월 만기 예정3년 연장 구두합의 했으나 정식 절차 남아외교적 사유로 계약 중도파기 선언할 수도中측 피해 감안하면 계약 파기 확률은 희박
6일 기준으로 금융권이 전망하고 있는 중국 관련 리스크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게 판단하고 있다. 제조업계와 유통업계가 직접적 피해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에 비하면 금융권은 ‘무풍지대’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가 체결한 통화 스왑 계약의 존속 여부다. 아직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양국 중앙은행 간 갈등은 없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따라 계약이 중도 파기될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10월 약 560억달러(3600억위안/64조원) 규모의 통화 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 스왑 계약이란 각 나라가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자국 통화와 상대국의 통화를 맞바꿔 환율 시세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인데 단기적 환헤지보다는 주로 중장기적 환헤지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한-중 통화 스왑 계약의 경우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 정부에 64조원을 주는 조건으로 중국으로부터 3600억위안을 받는 것이 계약 내용이다.
당초 양국 간의 스왑 계약 만기 시점은 올해 10월이지만 원칙적으로는 2020년까지로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나 통화 스왑 계약 3년 연장에 구두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합의가 구두 합의라는 점에 있다. 정식 서면 합의가 아니다. 정식으로 계약 연장 도장을 찍어야 통화 스왑 계약기간이 2020년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대한(對韓) 정책 코드를 우호적 분위기에서 적대적 분위기로 바꾼 중국 정부의 최근 행보를 볼 때 통화 스왑 계약을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외교적 논리로 해석하고 구두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중 통화 스왑 계약은 우리나라 외환 유동성 측면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사안이다. 중국과의 통화 스왑 계약이 끊기면 우리나라의 외환 유동성의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는데다 양국 간 경제 호혜 관계가 사실상 금이 가는 단계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그동안 중국,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 체결한 자국통화(LC) 스왑 계약 규모는 총 838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에서 중국과의 통화 스왑 규모는 전체의 66.8%에 달한다.
더구나 70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 스왑 계약 연장 협상이 지난 1월 이후 중단된 상황에서 한-중 통화 스왑 계약까지 파기될 경우 외국환 통화의 융통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외환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최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이유로 통화 스왑 협상 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던 것처럼 중국 정부도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스왑 협상 결렬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금융당국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 문제는 오로지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이 정부가 올곧게 강조하고 있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 측과 체결한 구두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데다 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로 확대하려 한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한-중 통화 스왑 계약은 다른 통화 스왑 계약과 달리 중국 측이 위안화의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할 경우 중국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외교적 사유를 들어 깨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 거래 중인 원-위안 직거래 시장의 분위기는 사드 배치 확정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면서 “중국이 자국에 돌아올 수 있는 충격파를 감수하면서까지 외환 관련 정책에 손을 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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