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공정위에 ‘無총수기업’ 피력“공정위, 이 전 의장 실질적 장악력 없는지 볼 것”최대주주·이사회 의장직 내려놔···카카오와 반대김범수 카카오 의장 경영 참여, 자회사 대표도 역임
16일 IT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 14일 자사 법무담당임원들과 함께 공정위 기업집단과에 이어 신동권 사무처장, 김상조 위원장을 방문했다. 이 전 의장은 만남 자리에서 네이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집단과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정·관리를 맡는 부서다. 매년 국내 계열사들의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준(準) 대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뽑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가 적용되며 ‘동일인(총수)’을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동일인은 사실상 기업을 지배하는 자로 자연인은 물론 법인도 동일인 지위를 얻을 수 있다.
공정위는 내달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업체를 발표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그룹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었지만 라인 등 해외법인 자산을 제외하면 4조원대로 줄어 지정 업체에서 빠졌다. 그러나 올해는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의장은 전부터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지난 3월 자신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변대규 이사회 의장과 한성숙 대표이사 체제가 등장한 것이 그 예다. 이후 이 전 의장은 국내 사업은 변 의장과 한 대표에게 전담하고 해외사업·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이 네이버 최대주주가 아닌 것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4.6%로 주요 주주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네이버 최대 주주 자리는 2014년 9월부터 국민연금이 지키고 있다. 이 전 의장 본인을 제외한 다른 가족 중에 네이버 계열사 지분을 가진 사람도 없다.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총수 흔적을 지우고 있다면 카카오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카카오는 물론 자회사 지배구조에도 깊숙이 개입해 총수기업 경영 구도를 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됐다가 2달여 만에 제외된 뒤 오는 9월 다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범수 창업자는 2014년 카카오와 다음 합병 후부터 현재까지 카카오 최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가족과 함께 자회사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벤처캐피탈 자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 대표를 맡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의 남동생 김화영 씨는 빌딩위탁관리 자회사 오닉스케이 지분 100%를, 처남인 형인우 씨는 카카오 지분 2.3%와 소프트웨어개발 자회사 스마트앤그로스 지분 100%를 가졌다.
네이버가 투명한 지배구조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효율적 경영구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의 자사 지분이 주요 주주 수준보다 낮다는 점, 대표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온 점, 창업자 친인척이 자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순환출자 구조가 없다는 점에서 ‘투명 경영’ 기조를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이 전 의장의 지배구조 투명화 행보는 기존 재벌기업과 비교하면 분명 진전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총수 중심 지배구조에 대해선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기업들은 창업목표 달성이나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하는데 외부 주주들의 간섭으로 목표 수행이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기업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점도 있어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만 보면 후진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한데다 외부에서 자본을 끌어오고 투자자와의 이해관계도 생각해야 하므로 앞으로 투명한 지배구조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네이버의 의사결정 과정이 이 전 의장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확인돼야 이 전 의장이 동일인 지위를 부여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최 교수는 “기업의 투명성은 의사결정 과정에 상호 견제와 균형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전 의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특수관계자들이 의사결정을 장악하지 않고 일반 주주들의 이해가 반영될 수 있을 때 네이버 지배구조가 선진화됐다고 할 수 있다”면서 “김상조 위원장도 이런 부분을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ksm@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