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대법원장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상충하는 가치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격화돼 거의 위험수준”이라며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변하면서 다른 쪽의 논리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진영논리의 병폐가 사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기만 하면 극언을 마다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로 일고 있고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사법부에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이 ‘법원 내부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관독립의 원칙은 법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법관에게 특혜나 특권을 주는 것도 아니다”며 “법관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로, 법관에게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42년 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는 소회도 밝혔다.
그는 “제가 법관으로 임용된 날이 1975년 11월 1일이니 오늘까지 법관으로 거의 마흔 두해를 재직해온 셈”이라며 “올해로 69년이 된 사법 헌정사의 3분의 2에 가까운 기간을 사법부에 몸담아 애환을 같이해온 산 목격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6년에 대해선 “단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가시밭길이었다”며 오현 스님의 ‘고목 소리 들으려면’ 이라는 시 구절을 인용해 “그저 오래된 법관에 그치지 않고 온몸과 마음이 상처에 싸여있는 고목 같은 법관이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겠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퇴임식을 끝으로 대법원장으로서 직무를 모두 마무리했다. 공식임기는 오는 24일 밤 12시 종료된다.
뉴스웨이 전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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