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무죄 판결 받은 미르·K스포츠 출연금부정청탁 입증 필요없는 단순뇌물공여로 선회제3자뇌물죄 입증 어려워지자 특검 꼼수 비판
서울고법 형사 13부(부장 정형식)는 16일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특검은 기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유지하되 직접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하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특검이 요구한 공소장 변경 내용은 이 부회장 1심 재판에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유죄 입증에 실패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부분이다.
1심에서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재단 출연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은 삼성이 특정 사업을 도와달라는 말은 없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해 인지하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도움을 주고 받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를 그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공소장 변경으로 특검은 ‘부정한 청탁’이라는 구성요건이 없는 단순뇌물공여 혐의만 입증하면 된다.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만 입증하면 된다는 뜻이다.
특검팀은 ”수사과정에서도 재단설립자를 누구로 봐야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어떤 혐의를 적용 하느냐에 고민이 깊었다“며 “(재단 출연금 관련) 무죄 선고 이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재단설립 추징금의 대납구조로서 직접 뇌물수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3자 뇌물수수인지 직접 뇌물수수에 맞는것인지 법원의 판단에 맡겨볼 필요가 있다고 봐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과 한국형사법학회 세미나 등에서 재단 출연금을 직접 뇌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한 분담비율에 따라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의 공소장 변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특검팀 항소심에서 제3자 뇌물죄를 인정받기 힘들 것으로 보고 단순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재판에서 양측은 공소장 변경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달 12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삼성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에 적용된 제3자뇌물죄의 경우 단순 뇌물죄와 달리 공무원(대통령)의 명확한 직무 범위가 있어야 하지만 원심 판결을 보면 이와 관련한 내용이 빠져있다”며 “형법은 구성요건이 중요한 만큼 구성요건 성립 없이 제3자 뇌물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변경에 대해 삼성 변호인단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의 공소장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심에서도 공소장을 일부 변경했는데, 지난해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 시점이 열린 시점이다. 당초 이 부회장의 공소장에는 3차 독대 시점이 ‘오후’로 특정됐지만 삼성 측 변호인단의 이 부회장의 청와대 출입기록 등을 제시해 면담이 오전 10시 30분경 이뤄졌다고 증명했고, 특검 역시 공소장의 오류를 인정해 수정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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