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조사, 낮은 응답률·표본 교체로 신뢰성 논란표본가구 조사 방식엔 한계···“정확성 높이는 작업 필요”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은 매월 약 8000가구를 대상으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집계하는 지표다. 조사담당자가 면접을 통해 조사 대상 가구의 당월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의 자료를 수집한다.
사실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이미 몇 차례 논란을 겪었다.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정부 ‘입맛’에 맞게 나오면서 소득통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4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431만359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결과를 두고 “4분기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점을 가장 기분 좋게 생각한다”며 “특히 1분위(소득 최하위 20%) 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등 소득분배가 개선된 점은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해석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명목소득 증가율을 항목별로 보면 실업급여와 각종 연금지급액을 반영한 이전소득(10.1%) 및 부동산 임대소득을 포함한 사업소득(8.5%)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가계소득의 핵심인 근로소득 증가율은 0.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 분기 증가율 대비로는 0.5%포인트 둔화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 5월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했다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이를 반박했다. 당시 청와대는 가계동향조사의 원시자료를 한국노동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재가공하게 했다. 그 결과를 근로자 개인 기준으로 다시 집계했더니 근로자 90% 이상의 소득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가구’가 기준인 통계를 ‘개인’으로 가공해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사실 가계동향조사는 올해부터 폐기될 예정이었다. 대신 국세청 납세자료를 활용해 연간 단위로 소득 수준을 파악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시의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반영되며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인 표본 가구가 대폭 교체됐다. 표본가구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었고, 고령층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표본가구에서 6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지난해 2분기 34.7%에서 올해 2분기 37.2%로 늘었다.
문제는 통계청이 조사 표본을 확대하면서 지난해와 직접적인 비교를 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통계청이 조사 표본을 교체할 때 교체 이전 그룹과 교체 이후 그룹의 중복률이 66.7%를 유지하도록 조절하고 있지만 올해는 표본 가구가 갑작스레 확대되며 56.8%나 교체됐다. 이에 따라 정작 통계를 생산하고 있는 통계청조차 지표 활용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낮은 응답률도 가계동향조사의 한계다. 통계청은 2016년까지 가계에서 직접 소득 내역을 가계부에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조사에 대한 불응률이 높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조사담당자가 면접과 설문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불응률은 25%에 이른다.
아울러 가계동향조사는 선정된 표본가구가 가계부에 월 단위로 소득을 기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통계수치를 산출한다. 그러므로 소득을 축소하거나 과다 기입해도 확인할 방도가 없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동향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표본가구를 더 늘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행정자료의 보완 없이 가구 대상 조사로만 이뤄진 소득 통계는 과소·과대 집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분기별 공표라는 시의성을 훼손하더라도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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